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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l 21. 2022

시가 머무는 곳

양귀비꽃 그 품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추는


꽃은 혀를 품고 있었다


진분홍 빛을 띤 뱀의 속삭임이


나비의 혼을 품고 펄릭일 때


몸으로 유혹하는 향기가 마음의 벽을 타고


유유히 넘어가고




술렁이는 혀의 속삭임에 취해


빠져버린 검은 잠 속


유혹으로 무너지는 장벽으로


줄기에 차오르는 검푸른 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갈  때


악의 꽃은 붉은 입술로 수많은 령혼을 핥고 지나간다




안개로 덮인 숲에


마알간 수액을 뽑아 올리려


발끝을 세우고 추는


발레리나의 독주


황홀하여 혼미해진 넋이


붉은 치마폭에 쓰러져


흐느끼 듯 절규하는 소리가


모든 세상을 마비시키고


일제히 누워서 향기를 맡는 시간이다




또다시 악사의 연주가 시작되고


향기에 취한 몸뚱이들이 뒤틀린다


뿌리 잃은 넋은 새틴처럼


나비의 날개에 묻혀


아득한 꿈결 속으로 빠져들고


뱀의 혀가 일렁이는 붉은 파도에


여기저기 끌려다니던 마음이


출렁이다 나부끼다


둥둥 떠다니는 혼몽을 껴안은


실크 레이드의 품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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