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Apr 19. 2023

시가 머무는 곳

외딴섬


사방이 물바다에 갇힌 곳에


 하나 품고 누운 자리


물을 안고 흔들리는 배처럼


오늘도 홀로 출렁이다 잦아든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갈꽃은


살아 있는 듯 흔들리고 싶은 양


그 자세가 애처로워


눈물이라도 몇 방울


여우비처럼 뿌려주고




등에 지고 가슴에 품었던


꿈도 짐도 가볍게 풀어놓고


굳어진 마음 열어


벽에 기댄 그림자를 마주한다




한나절 화양연화 그 소절 읊다 보면


입가에 피여 나는 엷은 미소


자고 나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지워지는


철 따라 몰래 적어둔 사연




머물다 빠진 썰물의 배설물에


흩어져 뒹굴던 조가비 몇 잎이


잘랑거리는 풍경소리로


저편에 떠다니는 소식 물어오면




창을 향해 쪽잠 꾀는


등이 휘어져 슬픈 고양이


방바닥에 어린 그림자에 얼굴을 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시가 머무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