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May 29. 2023

시가 머무는 곳

꽃의 무게

여린 몸에 한 세상을 품은 이슬 

이고 지고

오늘도 바람과 마주 섰다


묶인 발 더 힘을 주어

흔들리는 세상을 바로잡고

스쳐가는 뭇사람들의 지향에 꽃향기로 따라가


길녘에 머뭇거리는 바람에 실려 멀리 러가는 꽃의 생각

어디까지 갔다가 돌아왔을까

꽃의 심장 속으로 다시 들어가 더 영글어지는

꽃의 믿음


세상의 크기를 담아 꼭꼭 채워져도

은 잎마저 견디기 힘든 날이 되어

스스로를 내려놓을 때


품고 보듬었던 까아만 생각들에

고스란히 옆자리를 내어

다져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다시 세상에 눈을 뜨기 위해

그 위에 날아갈 듯 가벼운 몸을

거름으로 뉘인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 머무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