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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n 03. 2023

시가 머무는 곳

나의 공간


넓어서 고요가 진을 치는  곳


맑은 공기의 알갱이들이 굴러다니다


툭툭 치어 사라지는 곳에


꽃을 심고 시냇물에 떨어진 꽃잎을


찰랑대는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멀리 흘러간 연고를 따라


흔들거리며 떠나려는 마음을


웅켜잡고 눈을 감으면



은 소리에도 취해 낮잠을 청하고 싶은


누구도 허락하지 않던 곳에는


고독만 푸르게 자라서 눈을 찌른다



너랑 취하고 싶었던 그 허공에서


새처럼 날아가다 사라진


멍하니 흘러간 세월을


허울 벗듯이 벗어버리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오래도록 생각만 하고


걸을 수도 날 수도 없는


묶여버린 자유의 날개를


다듬는 시간에 할애했던 반생


이제는 박제된 생을 풀어주고 싶은데


가야 할 곳도  그리운 이도 사라져


다시 주저앉은 이곳에


햇볕을 드리고 싶어 창을 열어보니


봉인된 시간들이 와와 터져나가고


실바람이 그대 옷깃처럼


가냘픈 어깨를 스치듯 감싸는


익숙함마저 어색한


먼지 뒤집어쓴  추억이



더 이상 쓸모없이 뒹구는


졸고 있는 시간들을 깨워


줄어든 공간에 들어 설 이 없어


외로움이 한가로이 서성이는 넓은 마당에


빈약한 가슴을 다시 뛰놀게 할 그대를 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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