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나의 공간

by 강희선


넓어서 고요가 진을 치는


맑은 공기의 알갱이들이 굴러다니다


툭툭 치어 사라지는 곳에


꽃을 심고 시냇물에 떨어진 꽃잎을


찰랑대는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멀리 흘러간 연고를 따라


흔들거리며 떠나려는 마음을


웅켜잡고 눈을 감으면



엷은 소리에도 취해 낮잠을 청하고 싶은


누구도 허락하지 않던 곳에는


고독만 푸르게 자라서 눈을 찌른다



너랑 취하고 싶었던 그 허공에서


새처럼 날아가다 사라진


멍하니 흘러간 세월을


허울 벗듯이 벗어버리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오래도록 생각만 하고


걸을 수도 날 수도 없는


묶여버린 자유의 날개를


다듬는 시간에 할애했던 반생


이제는 박제된 생을 풀어주고 싶은데


가야 할 곳도 그리운 이도 사라져


다시 주저앉은 이곳에


햇볕을 드리고 싶어 창을 열어보니


봉인된 시간들이 와와 터져나가고


실바람이 그대 옷깃처럼


가냘픈 어깨를 스치듯 감싸는


익숙함마저 어색한


먼지 뒤집어쓴 추억이



더 이상 쓸모없이 뒹구는


졸고 있는 시간들을 깨워


줄어든 공간에 들어 설 이 없어


외로움이 한가로이 서성이는 넓은 마당에


빈약한 가슴을 다시 뛰놀게 할 그대를 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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