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상자
마음속 상자에 너를 넣었다
바람이 들새라 볕이 들새라
밀폐시킨 공간 속에 너를 가두고
긴 세월을 잊은 듯 버려두었지
나른한 해후의 창가에 비낀
지친 듯 졸고 있는 여인을
흔들어 깨우는
가을 잎새 몇 잎이
무릎 우에 떨어져
기억의 상자를 열고 있다
조심스럽게 성스럽게
열리는 문틈으로
달콤한 향기로 빚어진
숙성된 추억들이
핏빛 포도주로 흐르고 있지 않는가
그 향기에 취한 듯 홀린 듯
이끌려간 그곳에
너와 나의 사랑과 우정이
햇볕 아래 맨드라미처럼
곱다란히 웃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