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담쟁이)

담쟁이

by 강희선



담쟁이

네가 파란 작은 잎새였을
봄바람이 불어와
초록꿈 흔들어 줄 때
귀여운 아기 손을 위로 뻗치는
그 앙증맞은 모습에 반해버렸지

땅에 나무에
그 어디에든
감기고 붙으면
무서운 속도로
변해버리는 그 야망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오로지 기어가고 뻗어가는
집념에 사로잡혀
담벼락을 점령하는
변해버린 네 모습

그 높은 담장 아래
나는 작은 점이 되어
찾아볼 수 없는
네 모습을 그리며
여백으로 넘쳤던
아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구나


20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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