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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y 07. 2024

시가 머문 곳

세븐을 보내고

황갈색 옷을 입은 멋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난 이미 매료되었다

우리와 다른 종류인 것은 알았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눈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흔드는 꼬리 끝에 머무는 여유

두 귀를 쫑긋하고 마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이 마음을 출렁이게 하며

손끝이 저려난다

너의 부드러운 그 털을 만지면

너를 알 것 같아서

너를 향해 뻗는 손길

너의 마음 어루 쓰는 따뜻함이 이끄는 그곳에

무한히 뻗은 세상의 길이 있다는 게 아닐까

그것은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그 어떤 영물이 되어 그대 곁에 머물 수도 있다고

울음 참고 아픔을 쏟는 딸애의 목소리에서

사랑은 우리들 세상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세븐의 죽음은  

심장을 저리게 하는 아픔으로 출렁이게 했다

다시는 정 주지 마

이렇게 아픈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게 좋아

딸애의 우는 모습이 더 가슴이 아파

그렇게 모멸 차게 정을 싹둑 자르듯 전화를 끊고

한참은 먹먹한 가슴 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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