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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vs 정직

관계와 소통의 지혜

by 장정열

이번 주에 A, B, C, D, E를 만났다.

연말이라 그랬을까. 우리는 꽤 긴 대화를 나눴다.


1. 솔직하지 말고 정직하자


A, B의 고민은 이직이었다.

면접 과정 중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잘 들은 후 '솔직하지 말고 정직하라'라고 권했다.


A의 경우 중화권 나라의 근무 제안을 받았다.

1) "제가 중국 유학을 다녀왔지만 오래돼서 잘 못 할 겁니다."

2) "제가 중국 유학을 다녀왔는데 오래되었지만 다른 사람보다는 적응을 잘할 겁니다."


B의 경우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1) "OOO관련 전사 프로젝트 PM이었는데 고생은 했지만 좀 애매하게 끝났습니다."

2) "OOO관련 전사 프로젝트 PM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비슷한 프로젝트는 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모두 사실이다. (A, B도 동의하더라)

그런데 1)은 솔직이고, 2)는 정직이다.


의도를 가지고 만나는 대부분 사회생활 관계에서는

솔직보다 정직이 좋더라

솔직으로 시작하더라도 정직으로 끝나는 것이 좋더라


관계의 원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는 그들에게

스스로를 평가하는 솔직함보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정직함을 보여주는 것이

서로를 믿고 협업할 때도 좋더라



2. 정직하지 말고 솔직하자


C, D, E의 고민은 다양했다.

리더의 무게감, 40대의 허무함, 지인에 대한 섭섭함과 자책감..

이 경우 정직만으로는 공허하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의 원 중심으로 들어와서

안전한 (때로는 전문적인) 사람들을 찾는다.


이럴 때는 정직보다 솔직이 좋더라


빙빙 돌려 말하기보다, 그럴듯하게 말하기보다

마음속에 가둬 두었던 생각과 감정을 꺼내 늘어놓는다.

두서없는 이야기라도 괜찮다.

한계와 연약함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치유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의사, 상담사를 찾는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회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더라



3. 솔직과 정직을 구별하자


문제가 되는 것은 정직과 솔직을 뒤바꾸는 것이다.

이럴 때 문제가 생기고 후회스럽다.


"그렇게까지 솔직히 말하면 함께 일하기 어려운데"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당신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


관계의 원의 위치를 헷갈려서

정직해야 할 때 솔직하고

솔직해야 할 때 정직할 때

우리는 적절한 자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

그게 관계와 소통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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