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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열 Oct 03. 2023

명절 연휴, 부모님 댁에서 일하기 싫을 때

4가지 대응 바라보기

부모님 댁 거실 소파에 몸을 누였다. 창문 사이로 풀냄새 담은 가을바람이 솔솔 들어오니 기분 째지고. TV를 켜니 보고 싶던 프로그램이 나온다. 아 진짜 쉬는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나와서 일 좀 해라!'


일하기 싫은 마음 가득한 이때, 4가지 대응이 있더라. 일상의 성숙을 위해 기록해 본다.


#일어나기


가장 어려운 단계다. 이미 소파는 나를 붙잡고 있고 TV는 날 떠나지 말라고 한다. 이럴 때는 아내의 눈흘김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아내는 눈이 커서 더욱 효과적이다. 다행히 3번의 눈흘김만에 일어날 수 있었다. 20대 백수 시절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은 등을 살짝 내놓는 것도 좋다. 오랜만에 어머니의 등짝 스매시를 경험해 보자.


#관찰하기


곳곳에 떨어진 개복숭아를 줍는 것이 미션이었다. 그렇다. 별일 아니다. 그래도 신중하게 지켜본다. '일하기 싫어서 저런다'라고 깔깔대며 웃는 아내가 사진도 찍어준다. 아니다. 나는 일의 분량과 순서를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분명히 깨져야 일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때 아버지가 씨익 웃으시며 나무를 흔드셨고 우수수 떨어지는 개복숭아들을 보았다. 아. 해야겠네.


#협업하기


아내와 개복숭아를 줍는다. 팀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누가 많이 줍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아내 바구니에 담긴 개복숭아를 내 바구니로 가져왔다. '아버님~ 오빠가 제꺼 가져가서 생색내요!' 아차. 들켰다. 이럴 때는 당신 바구니가 무거울까 그런 것이라 하자.


#완수하기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업무 완수에 도움이 된다. '저 쪽은 아내가 정말 잘할 것 같아', '아냐 딱 오빠 일이네' ...일보다 말이 많아졌지만 어쨌든 과업은 완수되었다. 아버지께서 보시고 (왜 한숨을 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들어가라 하신다. 이럴 때마다 꼭 일 많이 하는 매제가 그립다고 하시더라. 아버지. 저도 매제가 보고 싶어요.


이렇게 4가지 단계를 알면 일하기 싫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객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는 것은 개뿔. 여기 오면 왜 이리 철없어지는지 ㅎㅎ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김밥을 싸야겠다. 어머니의 참치김밥과 특제 라볶이는 우리들의 미슐랭 3 스타! 도란도란 함께 먹을 생각에 참 행복하다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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