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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열 May 04. 2024

거기서 그 노래를 불렀지

행복은 소유보다 경험이라고

날엔 온평포구를 지나가며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불렀지. 파아란 하늘 아래 하야안 백사장 보며 걷는데 안 부를 수 있나.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 아직 동작을 기억한다며, 골반이 살아있다며 서로 박수치고 웃었네.


둘째 날 저녁엔 나무향 가득한 숙소에서 TV를 껐지. 어느새 쌓여갔던 서로의 우울감을 나눴어. 그리고 마커스의 '깊어진 삶을 주께'를 함께 불렀다네. '매일 마주한 슬픔을 견뎌 나가며 주 예수의 마음을 닮아가네~' 우리의 삶을 온전히 당신께 드리길 바라면서.


셋째 날은 표선을 떠나 남원으로 향했지. 발걸음이 무거워 쉴만한 곳이 어서 나오길 바랬어. 그러다 만난 보석같은 카페에서 LP판으로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들었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오랜만에 나즈막 따라 불렀지.


출발하려니 한두 방울 비가 오더군.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김태우의 '사랑비'를 부르며 걸었다네. '사랑비가 내려와~' 그러자마자 비가 쏟아졌어. 하하하. 에라 모르겠다. 더 크게 부르며 걸었네. 반사판에 비친 우리 모습을 보며 깔깔대었지.


최인철 교수님의 '굿라이프' 책 내용이 생각났어. 행복한 사람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고 하셨는데. 그걸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네.


'거기서 그 노랠 불렀지'


#올레길 #3코스4코스 #솔옆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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