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을 추모하며
늦깎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역전을 꿈꿨다. 치열하게 일하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잘 일했지만 잘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제주 올레길을 만났다.
지난 10여 년간 아내와 올레길을 걸었다. 1년에 꼭 한두 번은 목마르듯 제주를 찾았다. 도시와 소리가 다른 그 길을 걸으며 '온전'하게 '존재'하려는 마음을 채웠다.
살아보니 온전하게 존재하려면 2가지가 필요하더라. '고독과 공동체'. 고독은 '침묵'으로 이어지고, 공동체는 '대화'로 연결된다. 올레길은 내게 필요한 침묵과 대화를 도왔다. 요즘 내게 무슨 일을 해왔고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침묵(성찰)과 대화를 돕습니다.'라고 할 텐데, 어쩌면 올레길이 알려줬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달에도 봄기운이 담긴 올레길을 걸으며, 이 길을 만든 분께 마음을 전했다. '우리 부부가 누린 축복이 큽니다. 감사해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이 분은 내 강의와 지인 대화에 여러 번 등장했을 만큼 멋진 분이셨다.
"서명숙 님은 길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길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꾼 사람이었습니다. 제주 해안과 오름, 마을 골목을 잇는 ‘제주올레’는 단순한 도보 코스를 넘어 한국 사회에 ‘걷기’라는 새로운 문화와 사유를 심어놓았습니다. 빠름과 경쟁이 모두였던 시대에, 그는 느림과 성찰을 제안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속도를 되찾았습니다."
제주 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이 오늘 별세하셨다. 당혹스러운 마음에 이런저런 기사를 보다가 작년 말 직접 쓰신 글을 읽게 되었다. 올레길을 만든 이유가 상세히 쓰여있더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헤니와 만남이 고향 제주에서 길을 내게 했다. 그 후 찾지 못한 그녀를 20여 년이 흘러서야 다시 만나 함께 올레길을 걸으셨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 벗들과 하늘길을 걸으시려나. 이 땅에서 당신이 걸어간 길이 우리의 길로 아름답게 남았습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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