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중학교 1학년.
학급반장이었던 나는 겨울방학을 기해 국어부장이었던 친구와 함께 담임선생님의 지도 아래 우리 반의 한 해를 되돌아보는 학급문집을 제작했던 적이 있다.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풋풋한 감성이 여실히 녹아있다.
120페이지의 방대한(?) 쪽수를 채우기 위해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야하나 고민하다가 문집의 한 꼭지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각자 30문 30답과 함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1장의 페이퍼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림을 그렸고, 1년을 되짚는 자작시 혹은 에세이를 쓰거나 어렸을 적 사진을 붙인 친구들도 여럿 보였다.
이렇게 [오늘같은 날에는] 이라는 매거진을 시작하기 전 뜬금없는 사담을 늘어놓은 이유는, 14살이었던 그때의 내가 문집에 작성했던 그 '페이퍼'에 원인이 있다.
40명의 친구들 중 40번째 순서였던(생각해보면 내 학급번호는 늘 맨뒷자리였다.) '나'를 표현하고자 했던 그 페이퍼에는, 내가 한참 즐겨들었던 노래들을 가나다순, 그리고 ABC순으로 각각 나열한 "나만의 컴필레이션 앨범" 리스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당시 나는 조르고 졸라 부모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128MB mp3플레이어를 내 보물 1호로 여기고 있었고, 큰 용량이 아니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이라도 더 넣기 위해 최대한 낮은 음질의 노래를 소리바다에서 다운받아 플레이어에 욱여넣었다. 매일 새로운 노래들을 수집하고 듣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찾아 듣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여곡절 끝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면서 어떤 내용들로 나만의 공간을 채워나가야 되나 망설였는데, 순간 옛날옛적의 그 문집이 떠오르면서 문득 오늘의 내가 즐겨들었던 음악들과 그날의 기분과 감성이 담긴 짧은 글을 올리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루에 적어도 1곡은 듣는 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