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04
난 사실 뮤지컬 RENT 세대는 아니다.
RENT가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와 첫 라이센스 공연을 할 때, 나는 당시 공연 문화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뮤지컬이 뭔지도 잘 몰랐었다.(그때가 2000년이었으니 남동생과 집앞 돌산에서 한참 뛰어댕기기 바빴을 거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흐른 2007년 말, 수능을 막 마치고 동네 소꿉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 영화화된 RENT를 DVD로 감상했던 것이 내가 뮤지컬 RENT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었다.
그때 우리는 아마 중간까지만 보다가 DVD를 껐던 기억이 있다. 대사보다 음악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를 본 것이 처음이어서 낯설기도 했고, 그때까지 공부만 하던 순수(?)했던 우리에게 RENT에서 나오는 소재들은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약, 동성애, 에이즈, 알콜중독 등)
그렇게 또다시 한참 동안 접할 일이 없었다가 대학생이 되고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화된 RENT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뮤지컬 RENT는 교과서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인생 영화 중 한 편이 되어 몇 안 되는 소장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뮤지컬 RENT]
1996년 초연된 미국의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사, 작곡, 연출은 조너선 라슨. 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며,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된 송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작품상(조너선 라슨), 작곡상(조너선 라슨), 각본상(조너선 라슨), 남우조연상(윌슨 저메인 헤리디아) 등 네 개의 토니상을 수상했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아홉 개의 뮤지컬 중 하나.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라 보엠"이 19세기 말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과 결핵에 대한 이야기라면, "렌트"는 20세기 말의 미국 뉴욕의 신세대 예술가들과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라 보엠"과 "렌트" 사이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설정, 내용의 전개 양상 등에서 매우 유사한 지점이 여럿 발견된다.
출처 : 나무위키
https://www.youtube.com/watch?v=IYhPO9-oLQk
Will I lose my dignity?
Will someone care?
Will I wake tomorrow
from this nightmare?
많은 사람들이 RENT의 대표적인 곡으로 "Seasons of Love"를 꼽는데, 나는 사실 "Will I"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물론 Seasons of Love도 너무너무 좋지만!)
영화에서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자신들의 현재 증상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모여 각자가 자신의 미래와 현재를 걱정하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등장한다.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그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빌어 돌림노래로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을 노래하지만, 이들이 부르는 가사는 똑같다. 같은 말을 되뇌이고 있다. 결국 다 똑같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함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서로가 되어주고, 기꺼이 아픔을 나누고 보듬으며 한 목소리를 내어 노래한다. 서로의 걱정, 절규, 불안들을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에 얹으며 내일을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이 "Will I"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좋아 메신저에 상태 메시지를 꽤 오랫동안 해 놓았던 적이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고 끊임없이 내 결정과 확신에 반문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해외로 장시간 나가게 되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요즘, 이 말이 다시금 입가에서 머리에서 맴돌 때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