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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Apr 06. 2019

치과에서

190405

오늘 드디어 마지막 4번째 사랑니를 뺐다.

의사선생님은 그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냐고 나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보다 사랑니가 꽤 많이 자라 다른 치아들보다 훨씬 길이가 길었고, 그로 인해 아래 잇몸을 사랑니가 눌러 생채기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마취를 하고 사랑니를 뽑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취하자마자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된 발치에 바로 집게를 들이대서 너무 놀라 팔을 휘적휘적대며 어버버댔다. 그리고 치과에 들어선 지 30분이 채 되 지나기도 전에 나는 왼쪽 뺨을 부여잡고 치과 문을 나섰다. 이와중에 집에 있는 할머니가 생각나 근처에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햄버거도 하나 샀다.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몸을 뉘이니 슬슬 마취가 풀리고, 이윽고 시작되는 고통은 그야말로 어마무시. 누가 뺨을 주먹으로 계속 때리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래도 다행히 많이 나아졌다.


그러다 지금은 괜히 구멍이 뻥 뚫린 사랑니가 있던 자리를 계속 건들이는 중이다. 늘 욱신대고 신경쓰이는 골칫덩어리였는데, 있다가 없으니 엄청 허전하네.


https://youtu.be/CHiAjqw9dDc 

치과에서 / 윤종신(feat.조정치)


5년 전, 첫 사랑니를 뺐을 때 썼던 짧은 글을 겸사겸사 여기에도 옮겨 놓는다. 그때에도 나는 이 '치과에서'라는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었다. (흑흑)


드디어 정말 오랫동안(어언 3년) 참아 왔던 사랑니를 빼기로 했다.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성이 나서 욱신욱신 거리더니 밥도 못 먹을 지경까지 되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치과에 갔다. 친구가 소개시켜 준 병원으로 가서 대기하는데 얼마나 떨리고 무섭던지.


어렸을 적 교정도 하고 충치 치료도 해서 치과는 나에게는 기피 대상ㅠㅠ 그나마 오랜 친구가 치위생학 공부를 해서 함께 자취하면서 그나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취제 두 통이나 놓고 수술 도구를 준비하시는 모습에 벌벌 떨다가 헝겊 덮는 순간 와앙 하고 울어버렸다. 계속해서 위잉, 지잉, 우지끈, 우당탕당하며 의사 선생님은 내 왼쪽 턱을 힘껏 잡아당기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 나중에 생각하니깐 민망하긴 했는데, 사랑니를 뽑고 난 후 내 헝겊과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ㅠㅠ


다음 주에 하나가 더 남아있긴 하지만 그 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랑니, 이젠 안녕이네. 정말 첫사랑 시작하면서 (21살 봄이었지..ㅠㅠ) 슬슬 내 잇몸을 비집고 나왔던 이 녀석. 왜 이 녀석을 '사랑니'라고 이름붙였는지 몰랐었는데, 뽑고 나니깐 그 의미가 확 와닿았다. - 2014.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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