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SS May 13. 2024

캐나다에서 한국사람 없는 곳에 살 수 있을까요?

토론토에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캐나다에서 처음 살게 된 주택백인 (Caucasian)들이 대부분인 가족구성의 1940~50년대 만들어진 지역에 습니다. 이사 후 옆집과 길 건너 마주 보는 앞집만 방문해서 신고(?)를 했는데 환영하는 그들의 미소 뒤에 '동양인이 우리 동네에?'라는 알듯 말듯한 조금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한동안 별일 없이 잘 지내는 듯 보였지만 문제는 반려견을 뒷마당에 며칠 밤 지내게 한 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우편함을 열었을 때 봉투 없는 편지 몇 통을 발견하였습니다. 주소와 이름 없이 이웃이라고만 쓴 편지들은 놀랍게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밤에 밖에서 개 우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족 같은 개를 밖에 두면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

'아이도 있는어떻게 잔인하게 개를 집 밖에 느냐.' 


평소 관심 없는 듯 보였지만 우리 집에 대하여 이미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놀랐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많은 시선들이 우리 가족을 은밀히 주시하고 있었다는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  이후로 누군가 우리 가족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높고 두꺼운 울타리를  밖에 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의 불편한 거주를 끝으로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다행히 백인, 유태인, 중국인들이 많고 한국사람들도 조금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인종의 다양성이 있어서였는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친근함과 편안함도 있었습니다. 이런 지역적 구성비는 이사 와서 바로 열린 아이들의 학교 학부모 초청 행사에 참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살다 보니 이전 지역과는 다르다는 것을 하였고 집만 옮기며 지금까지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 한국의 대도시들 특히, 서울과 비교하면서 '캐나다가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로 아는데 생각보다 수준이 좀 떨어진다'라는 한국분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맞지만 한국에서의 익숙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조금 좁은 시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캐나다로 처음 오게 된 한국분들이 거주지역으로 고려하는 조건 중 가장 우선하는 것들은


첫째,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

둘째, 이민자보다 백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셋째, 한국 식품점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


입니다. 그러나 토론토에서 25년 동안  집을 직접 둘러보고 지역을 옮기며 살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의 눈에도 한국 사람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소수 민족공동체 (Minority Community)의 한 구성원일 뿐입니다.


캐나다는 이민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그 나라의 인종, 문화, 종교 등 잘 어우러지는 융화 정책을 지향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함께 녹아 하나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국의 멜팅 팟(Melting pot)과는 다르게 캐나다는 서로 다른 삶의 개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모자이크(Mosaic) 방식으로 이민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주에 위치한 광역 토론토 (GTA: Greater Toronto Area)로 불리는 이곳은 아래와 같이 여러 지역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광역 토론토의 도시들 (출처: wkimedia commons)


대도시인 토론토는 직업을 구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편리하여 이민으로 정착하거나 유학, 언어 연수 및 워킹홀리데이를 통하여 한국에서 온 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 외에 한국계 은행지점 및 기업체의 직원, 정부기관 주재원 등 비공식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한국사람들이 광역 토론토의 여러 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특히 생활여건, 교육환경, 거주지역 내 이민자의 비율 등을 고려하여 City of Toronto 내에서도 특정 지역을 선호하고 많이 살고 있습니다.


토론토에는 오래전부터 한국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스 욕 (North York) 지역이 있습니다. 그 구역은 시의 행정구분 상 Willowdale로 불리는데 2021에 발표한 캐나다 통계자료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Willowdale 지역 통계자료 (출처: city of toronto)


민족문화성 (Ethnocultural)중심으로 한 통계 부분 중 민족 또는 문화적 기원으로 구분한 조사에 따르면 Willowdale 지역 내 한국인의 비율은 중국인 (18.1%) 다음으로 높은 7.4%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이란인의 비율이 높았었는데 이제는 한국인의 비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자료인 토론토시 전체로 하면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순위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아 그 외 기타 부분에 포함됩니다.


아랫부분에 있는 통계에서 보여주는 가시적 소수민족 (Visible Minority), 즉 이민자가 Willowdale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매우 높고 그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 번째인 9.9%입니다. 지역을 확대해서 토론토시 전체로 살펴보면 주로 이민자인 가시적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55.7%로 반을 넘으며 그중 한국인의 비율은 1.5%입니다. 즉 토론토시 전체 인구 중 한국인은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숫자로 바꾸면 토론토시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42,195명의 한국인들 중 27.5%인 11,555명이 Willowdale 지역에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통계는 시민권 또는 영주권자를 대상이어서 유학생들이나 기타 목적 거주자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토론토중심과 그 외 지역의 한국인 비율을 찾아보니 대부분 1~2% 사이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주로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유학생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로 University-Rosedale, Toronto Center, Toronto- St. Paul's, Eglinton-Lawrence 지역으로 불리는 미드타운, 다운타운 지역을 선호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나다, 특히 토론토에서 거주할 경우 생각하는 중요한 세 가지의 조건 중 현재 한국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인 Willowdale은 처음과 두 번째 조건을 맞추지 못하고 세 번째 조건인 한국식품점이 가까이 있는 점만 충족하게 됩니다. 


많은 국가들이 사회와 문화의 발전과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시스템의 존재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되고 얼마나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시스템의 운용에 대한 정확한 평가들이 그 나라를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살기에 좋은 토론토 지역에 대해서 찾아보고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면 이미지: 노스 욕 전경 (출처:123denti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