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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Sep 26. 2023

캐나다의 월세와 한국의 전세제도

팬더믹 이후 주거지 소유와 임대의 체감 상황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의 전세사기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지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각별히 조심하며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야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세는 다른 국가에서 보기 힘든 한국의 독특한 부동산 임대 제도입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집값의 50~80%에 해당하는 전세 보증금을 내고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하는 방식으로 20세기 주택 금융이 미비했던 시절에 고금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이전에도 전세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6.25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전세 제도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에 사금융 역할을 했는데 집주인에게는 집을 정해진 기간 동안 빌려주는 대신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중 은행의 저축금리는 12% 정도였고 대출금리가 20% 정도로 고금리가 정착되어 있다 보니 집주인은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저축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고 세입자는 전세로 집에 거주하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전세제도는 한국의 산업화 인프라 구축이라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택공급과 국민들의 주거권을 양립시키려 했던 과거 군사정권의 특수한 환경에서의 선택이었습니다. 산업자본이란 개념이 없었던 한국의 60년대 경제개발기에 도시화, 산업화가 일어나며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오게 되고 이들을 수용할 일터와 거주지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노숙자들을 없애기 위해 도시미관 사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격화되어 주거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런 주거불안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주거계약제도의 정착이 필요했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건설 경제의 활성화가 이루어져 아파트를 많이 짓고 공급해야 하는데 건설회사도 국민들도 돈이 없다 보니 지금과 같은 분양 제도와 전세 제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이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건설 회사는 많이 지어서 팔 수 있고, 세입자는 집값의 절반 정도만 내고 편하게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여러 채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제도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한 나라의 경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 상황으영향을 받고 예전과는 다르게 커져버린 국가 경제 규모 국민 소득, 도시와 지방 사이의 불균형과 아파트의 과잉공급 등으로 인하여 달라진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지닌 전세제도는 한국의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데 캐나다에도 있을까요?


캐나다에는 한국과 같은 전세제도는 없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월세제도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다만, 한국과 같이 월세보증금은 없고 임대기간은 보통 1년으로 첫 번째와 마지막의 두 달 치 월세 금액을 계약 시에 집주인에게 지불합니다.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월임대 조건으로 바뀌고 세입자가 계약을 끝내려면 2달 전에 집주인에게 계약종료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집주인은 최초 1년 계약 이후 월세를 인상할 수 있는데 매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캐나다 주정부의 인상률을 적용해서 올릴 수 있습니다.


연도별 임대료 인상한도 (출처: OLTB)


 만약 집주인이 무리하게 큰 폭으로 월 임대료를 인상하게 되면 세입자는 'Ontario Landload Tenant Board' 통해 정식으로 클레임을 하고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임대료 인상 외에 임대 기간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캐나다에서는 우선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규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편 캐나다의 주거지의 소유와 임대 비율, 팬더믹 이후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경제는 어떨까요? 최근 발표한 캐나다 정부의 통계로 알아보겠습니다.


2022년 캐나다의 주거지 소유와 임대 비율 (출처: Canada.ca)


캐나다인의 58.8% 는 주거지를 소유하고 41.2%는 임대를 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그래프는 최근 캐나다로 온 이민자의 경우로 72%로 임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국토교통부가 2022년에 발표한 전국의 자가 보유율은 58%로 되어 있네요). 그리고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35.5%)이 모기지가 있으며 매년 더 많은 캐나다인들이 팬더믹 이후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모기지가 있는 사람들의 3분의 2는 관련 금융기관과의 대출금 지불 약속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문제없이 지불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모기지 보유자의 비율은 팬더믹 상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8월 이후 22.2%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즉, 모기지를 가지고 있는 3명 중 1명만이 어려움 없이 지불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금융기관 대출금 지불약속 이행도 (출처; Canada.ca)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저축에서 돈을 찾아 사용해야 하는 모기지 보유자의 비율은 2020년 8월 이후 20% 포인트 증가했으며 현재는 임차인과 동일합니다. 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하는 모기지 보유자의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2020년 8월) 가장 높으며 캐나다 주택 소유자는 생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생활비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비율 (출처: Canada.ca)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모기지 주택 소유자의 비율은 2020년 8월 27.3%에서 2022년 12월 39.5%로 증가했습니다.


청구서 또는 금융 관련 기관에 지불이 2개월 이상 연속으로 연체된 캐나다인 중 모기지를 가진 주택 소유자는 모기지가 없는 주택 소유자보다 급여일 대출이나 온라인 대출 기관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이렇게 모기지 보유자의 스트레스 수준은 다른 그룹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팬더믹이 시작되며 캐나다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돈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그 돈이 팬더믹 상황이 끝난 지금 고물가와 고금리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거지를 소유하거나 임대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때의 달콤했던 열매가 지금은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위기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전면 사진 (출처: Tale Charge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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