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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Aug 16. 2023

글쓰기와 청소가 닮은 점

청소를 하며 느낀 글쓰기와의 공통점


2022년 9월 두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삼세번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작가라는 명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을 제품 연구 개발자로 살아온 저에게 작가라는 호칭 아직도 생경하고 익숙하지 않게 들립니다. 작가로 불리고 제 글을 올리기 전부터 브런치에서 관심 있는 분야에 올라온 글이나 작품을 많이 읽어 보면서 구독하는 작가들도 생겨나고 곧 올라올 글이나 작품이 기다려질 때도 있었습니다. 글에 대한 흥미와 기다림에 가득 차 있고 이맘때면 올라왔겠지 하는 설레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림 신호가 뜨질 않으면 허전한 감정이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만약 내가 글을 쓰게 된다면 반드시 기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최소 일주일에 한 편씩은 꼭 올리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충분한 시간이지!'


첫 글을 올리자마자 그동안 생각해 왔고 다루고 싶었던 주제나 이슈에 대해서 거침없이 써서 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또 제가 쓴 글들이 다음 포털메인에 등장하며 엄청나게 늘어나는 조회수에 놀라며 감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글쓰기가 생활의 루틴이 되고 뭘 쓸까를 고민하기를 시작하면서 게으름과 핑계가 생기고 길게만 보이던 일주일이 그렇게 짧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즐거움이 압박감으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집안 청소를 하던 중 힘들어 마루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운 채로 휴식을 취하다가


'아! 글쓰기와 청소는 비슷한 면이 많네.'


문득 그런 생각과 몇 가지 공통점이 떠올랐습니다.


Vacuum cleaning (출처; The New York Times)


-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하게 된다.

브런치의 글쓰기와 청소 모두 일주일에 한 번 하기로 제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오래돼서 사용하기 무거운 옛날 청소기대신 최신형 무선진공청소기를 선물로 받았을 때의 기쁨과 브런치에 첫 글이 올라왔을 때의 설렘이 똑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 이렇게 간단하면 매일 할 수 있을 것 같아!'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이틀에 한 번씩 써질 것 같아!'


그러나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일주일이 시간이 갈수록 짧게 느껴지고, 오늘은 몸이 안 좋고, 오늘은 다른 일로 바빠서, 약속한 모임이 있어서 등 나 자신과 하기로 한 날을 연기하는 궁핍한 핑곗거리를 찾게 됩니다.


-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본다.

청소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대충대충이 아니라 끝까지 쓰게 됩니다. 잠자는 방만 하려던 청소는 결국 거실과 다른 방들 베이스먼트까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하게 되고 주제와 드래프트만 쓰려던 글은 그냥 수정작업, 맞춤법검사까지 다 해버리고 올리게 됩니다.


- 끝내고 나면 잊어버리지만 다음번에 할 걱정이 앞선다.

청소를 마치거나 글을 올리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지만 날이 지날수록 구석에 먼지가 쌓이는 것이 보이고 다음에 써야 할 글에 대한 걱정이 머리 한구석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마다 신경을 쓰느라 끙끙거리면 옆에서 와이프가 말합니다.


'지저분해도 그냥 청소하지 말고 살자'

'쓰는 게 부담되면 그냥 쓰지 마'

'나이 어서까지 그런 일로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삽시다.'




얼마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된 한 영상은 제가 느끼는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고 해답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강의 중 물이 담유리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무게가 얼마나 될지 교수가 질문을 합니다. 8, 12, 16온스 등 학생들이 답하지만 그 물이 담긴 컵을 손으로 든 교수가 이야기합니다. 무게는 같지만 들고 있는 시간이 1분, 1시간, 심지어 하루 이렇게 길어지면 원래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지만 오래 들고 있을수록 엄청난 무게감을 느끼고 심지어 몸은 한 고통을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에서의 스트레스와 걱정과 같다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들고 있던 물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그 무게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물잔의 무게 (출처: MoveMe Quotes)


결국 자신에게 고통의 무게를 주고 있는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스트레스란 말의 기원은 사냥감을 확인한 동물이 목표물로 향하기 직전 모든 근육이 자연적으로 수축되는 긴장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거나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압감을 내려놓으면 스트레스와  무게에서 벗어날 있다는 당연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쓰고 싶고 청소를 통해 깨끗한 삶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전면 이미지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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