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까지 아이는 인형에게 생명이 있다고 느낄까?

꽉꽉이, 토끼, 그리고 꿀꿀이

by 필마담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세계가 있다. 육아의 세계도 그중 하나다. 나는 남아는 인형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인형놀이는 여아에게나 해당되는 단어인 줄 알았다. 나를 닮은 작은 아이가 잠잘 때마다 꿀꿀이를 찾기 전까지는...

아이에게는 몇 명(?)의 인형 친구가 있는데 친한 친구들은 꽉꽉이, 꿀꿀이, 토끼다. 꽉꽉이는 오리 인형이고 꿀꿀이는 돼지 인형이다. 토끼는 토끼 인형이다. 아마 토끼는 울음소리를 몰라서 그냥 “토끼”라고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도 토끼의 울음소리를 모른다.


사진 속에는 토끼와 꽉꽉이가 있다. 아직 '찰칵'보다는 '차차차차차차차차찰칵'하며 수십 장의 사진을 저장하지만, 이제는 제법 자신만의 피사체를 정하고 찍은 거 같다.



대부분의 인형들이 애초 아이를 위해 구매한 게 아니다. 꽉꽉이는 연애시절 남편에게 선물 받은 인형이고 토끼는 친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아이다. 꿀꿀이만이 새로이 구매한 인형이다.


어느 날인가 집에 장식용으로 있던 인형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안아주고 재워주고 밥먹여주고 응가도 시켜주기 시작했다.


인형놀이는 혼자 하면 재미없다. 나름의 역할극이 필요하다. 앞에서 인형을 움직이고 말하는 건 엄마지만, 나는 없고 인형과 아이 둘 뿐인 거 같았다. 신기했다. '의인화'라는 게 무언지 모르는 아이는 정말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하루는 꽉꽉이를 깨무는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꽉꽉이 아파 갈 거야"하고 총총 걸어가는 흉내를 냈다. 아이는 친구가 떠난다는 사실이 서러웠는지 엉엉 울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 당황해 급하게 “아냐 꽉꽉이 안가” 했을 정도였다.


특히, 제일 아끼는 친구는 꿀꿀이다. 떼쓰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꿀꿀이로 다가가 "속상했어?"라고 물으면 "응"하고 대답한다.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꿀꿀이로 다가가 "같이 코잘까?" 하면 "응"하고 눕는다. 꿀꿀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다. 가끔 연기를 하다가 현타가 오기는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그렇게, 아이와 놀이를 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몇 살까지 아이는 인형에게 생명이 있다고 느낄까?’ 엄마가 손으로 조작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언제 깨닫게 될까? 그때가 되면 아이는 실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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