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놀아줄게

놀자

by 필마담

우리 부부는 주말부부다. 남편은 금요일에 집에 오고 일요일에 다시 근무지로 간다. 나의 부모님도 주말 부부여서, 연애 때부터 주말 커플로 지내다 보니 주말부부로 결혼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괜찮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이가 아빠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아빠와 노는 걸 즐거워하게 되고, 말할 줄 아는 단어가 늘어나면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주말부부의 어려움이 생겼다.


일요일 저녁 근무지로 돌아가야 하는 아빠에게 “아빠 빨리 와”라고 하고 “아빠 밖에 마니~”(해석하면 아빠가 며칠 나가 있다는 뜻이다.)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옮겨가면 평일에는 영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랜다.




어느 날인가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주말에 또 놀아줄게”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 해지는 거 같았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는 아이와 놀아주기를 많이 미루고 있었다.


“내일 또 놀아줄게” “저녁에 와서 놀아줄게” 나 역시 워킹맘이다 보니 아침에 “빠빠 아니야”하는 아이한테 저녁에나 놀아준다고 한다. 그리고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내일 또 놀자고 약속한다. 피치 못한 사정이라며 미안함을 누르며 놀이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놀아줄게”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놀지 못해서가 아니다. 글자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놀아줄게’ ‘~해줄게’ 꼭 이 말이 선택의 권한이 어른에게 있는 것만 같았다. 놀이의 허락이 어른에게만 있는 거 같았다. 사실, 상황을 지배하는 건 어른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즐거움을 주고 행복을 주는 건 아이였다. 받는 게 많은 쪽이 허락하는 놀이라니… 이상했다.


그래서 ‘놀자’라고 하면 어떨까 싶었다. 상황에는 변함이 없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냐마는 “내일 또 놀자”라는 말이 조금은 평등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어른의 뜻을 따라야 되는 것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가능한 아이가 어른에게 너무 부탁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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