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의 길을 가면 돼

존중

by 필마담

문과 엄마와 이과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숫자에 흥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조립하는 장난감에 관심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과 쪽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보기도 했다.


사실 아직은 모른다. 아이의 잠재력을. 걱정되는 건 나중에 원하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그걸 존중해 줄 수 있느냐는 거다. 설사 그게 나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말이다.




우리 부부의 장점 중 하나가 대화가 많다는 것이다. 좋은 일든 나쁜 일이든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한 주간의 에피소드, 정치, 재테크 등 다양한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육아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승전육아. 육아는 우리에게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대화의 키워드다.


하루는 비슷한 또래인 지인의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별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아이의 놀잇감은 책이라고 한다. 비교해보면 내 아이의 독서량은 적다. ‘뭘 벌써부터 독서량을 비교하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책을 많이 본다는 말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던 당시, 남편이 강렬하게 기억될 한마디를 남겼다.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돼” 아이를 향한 그 한 마디가 강렬했다.

책을 좋아하면 문과를 가면 되고 숫자를 좋아하면 이과를 가면 된다. 또 다른 걸 좋아하면 그에 맞추면 된다. 내 아이다운 삶을 살면 된다는 것이다. 그 누가 해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그런 삶.




아이를 키움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가 ‘존중’이다. 나와 다른 인격체임을 존중하고 선택을 인정하기 위한 결심이다. 내가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초록색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식성이나 행동 등에서 닮은 점을 발견하면 기쁘겠지만 다르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니다.

아이를 존중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사소한 것부터. 책을 가까이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다.


아이의 기호에 대해서 논하다 보면 당연히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빠와 동일한 직업을 가질지 나와 유사한 직업을 가질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고백하자면 나 역시 아이가 가지길 바라는 직업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이 일명 ‘좋은 직업’을 가지길 원한다. ‘좋은’이라고 하면 남들이 들을 때 “우와”하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일 것이다.


병원놀이 장난감을 사준 이유에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사실 담겨 있다. 병원을 무서워하진 않길만 생각하며 사줬다는 건 좋은 엄마 인척 하는 걸 거다. 하지만 좋은 직업을 가지라고만 생각할 뿐, 혹시라도 그 목표에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아이의 몫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결국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다. 그 아이의 선택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도 부모다. 존중과 사랑을 담아 내 아이가 선택한 길을 응원해줄 수 있는 것도 부모다. 너는 너의 길을 가거라 앞에서든 옆에서든 뒤에서든 너의 발걸음을 묵묵히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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