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는데 왜 힘든 거지

대화가 필요해

by 필마담

나의 경험상 “잘하고 있다”는 말은 칭찬이나 위로가 되지 않았다. ‘잘하고 있다는데 왜 힘든 거지?’라는 의문만 남길뿐이다.


어느 날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다. 회사일이 끝나면 집안일이 시작되는 하루들이 버거웠다. 정리해도 다시 또 어지럽혀지는 하루가 힘들었다. 회사일에 집안일에 육아에 신경 쓸게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 여겼다.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정작 내 마음속 울림은 놓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속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답답함이 분출된 날이 있었다. 그날은 하필 남편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시소처럼 어느 한쪽의 감정이 내려가면 어느 한쪽이 올라가는 날들과 달리 둘 다 땅을 향해 가던 때였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뭐가 힘드냐는 남편의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냥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지친 거 같아"라고만 답했다. "차라리 소나기처럼 쏴 쏟아지는 거라면 마음먹고 피할 텐데 마치 영국 날씨처럼 흐렸다 맑았다 해서 우산을 펴기도 어려운 감정이야"라고만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렵게 말한 거 같다. 남자는 해결 본능이 있다는데 뭐가 어려운지 모르겠으니 도와주지도 못하겠고 답답해하는 거 같았다.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은 꼭 하루의 마무리가 좋지 않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사소했다. 그런 날은 사소한 서운함이 불씨가 된다. 결국, 서로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아주 짧고 굵게. 서로를 향한 날 선 말이 더 나오기 전에 우리는 침묵했다.




우리는 아이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침묵했고 아이가 잠들길 기다렸다. 아이가 잠들면 이야기를 나누려 했으나... 하루의 피곤함 때문인지 나 역시 아이와 함께 잠들었고 그렇게 서로를 향한 감정은 하룻밤 묵혀두게 되었다.


다음날 오전에서야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 숨 자고 나서 일까, 우울했던 감정이 가라앉자 전날보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잠들었던 게 차라리 다행이었던 거 같다.


서로를 향해 숨겨두었던 속마음을 조금씩 꺼냈다. 남편이 내게 서운했던 부분을 내가 남편에게 서운했던 부분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마음속 우울함도 털어냈다. 그렇게 속마음을 풀어내다 보면 오해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온다.




마음속 물기를 짜냈지만 또다시 묵직해질 거다. 그리고 살다 보면 또 서로에게 답답한 순간이 올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서랍 안에 담아두다 감당하기 버거워 넘칠지도 모른다. 그전에 미리 꺼내 서로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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