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우리 집에는 친정에서 가져온 소파가 있다. 내 겨울 잠옷은 친정에서부터 입었던 거다. 소파와 겨울 잠옷, 두 가지가 같이 찍힌 사진을 보니 생각나는 가족이 있다. 작년 세상을 떠난 강아지다. 2008년 5월 우리 집 식구가 된 몰티즈 한 마리 슈슈.
어느 날 집에 오니 강아지 한 마리가 거실에 있었다. 동생이 10년 가까이 조르고 조른 끝에 입양한 아이였다. 솔직히 나는 반갑지 않았다. 어릴 적 큰 개한테 놀란 경험 때문인지 강아지가 무서웠다.
하지만, 나도 점점 슈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가족으로 살던 슈슈는 작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나이 먹고 심장이 점점 약해진 슈슈는 어느 날 아침 조용히 떠났다.
나는 슈슈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했다. 장례조차 함께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코로나 예방백신 2차 접종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때였다. 몸이 아픈 내가 혹시라도 더 힘들어질까 봐, 엄마는 장례가 다 끝난 후 이야기해주셨다. 듣자마자 침대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친정에서 다시 만난 슈슈는 작은 항아리에 담겨 있었다. 한참을 멍~하게 바라봤다. 이상했다. 슈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해서일까. 지금도 슈슈는 친정 집에 있을 것만 같다.
슈슈의 노년은 외로웠다. 내가 아이를 낳고 친정 엄마가 돌봐주게 되면서 슈슈는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저녁이 되면 현관문에 앉아 친정 엄마를 기다렸다는 말에 슈슈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를 빼앗겼다’ 생각했을 거 같다.
아이가 친정으로 가는 날엔 슈슈는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혹여 아이를 깨물까 봐 행동반경을 줄여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안하다.
사진 속 소파와 잠옷을 보니 슈슈와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소파 밑은 슈슈의 아지트였다. 속상할 때, 혼자 쉬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었다. 하루는 김장을 위해 잘라둔 무 한 조각을 훔쳐 소파 밑으로 달아났다. 혹여 다시 빼앗길까 봐 숨어 먹던 슈슈의 모습이 생각난다. 소파 밑에 급하게 들어가 머리를 콩콩 부딪히는 날이 많아, 슈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소파는 정리해야 했다.
사진 속 잠옷을 입고 아빠 다리로 앉아있을 때면 슈슈는 내 무릎에 얼굴을 기대며 안겼다. 잠옷의 보들보들 한 촉감 때문인지 종종 와 앉았다. 내가 아이를 임신하고 볼록한 배로 있을 때도 다가와 앉았다. 볼록 한 배에 기대면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한결 같이 찾아와 앉았다. 하루는 아이가 발차기(태동)하는 바람에 앉아있다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빠 다리에 앉아 있는 슈슈의 털 속에 손을 넣고 있으면 체온 때문에 따뜻했다. 기분이 좋아졌었다. 지금도 그때의 온기와 촉감이 생생히 기억난다.
이별에 면역력이 생긴 걸까. 지금은 슈슈를 떠올릴 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슈슈가 떠나고 한 동안은 사진만 봐도 길에서 강아지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동물농장>은 한 동안 시청 금지 프로그램이었다. 아픈 슈슈를 병간호했던, 영원히 잠들기 전 눈 맞춤했던 아빠의 상심은 너무도 컸다. 술로 마음을 달래는 아빠가 걱정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졌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아직도 짖는 소리와 발꼬순내가 생각나지만, 마음속 서랍 안에 슈슈를 담아두고 우리 가족은 일상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