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물건이 올려지면 접시가 되고, 머리에 얹으면 모자가 되는 장난감이 있다. 원래는 공을 튀기며 놀라고 만들어진 장난감인데 접시가 되기도 모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의 놀이에는 정답이라는 게 없다. 아이의 상상력은 놀랍다. 기다란 쿠션은 앉으면 지하철 좌석이 되고 이불은 어깨에 두르면 외투가 된다. 모래를 쌓아 나뭇가지만 꽂으면 케이크가 완성되고 나뭇잎은 바구니가 된다. 네모 블록은 과자고 동그라미 블록은 아이스크림이 된다. 아이는 어른이 알고 있는 쓰임과 다르게 사물을 활용한다.
나 역시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 짖던 때가 있었다. 이불을 몸에 두르고 드레스를 입었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쿠션은 어깨를 기대는 거고, 이불은 잘 때 덮는 거라고 한다. 설명서에 나온 블록 사용법을 가르치려 한다. 책은 읽는 거고 탑을 쌓거나 도미노 놀이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자꾸 어른이 만든 정답을 가르치려고 한다. 분명, 어른이 생각하는 쓰임과 아이가 생각하는 쓰임은 다르다. 다르게 쓰는 거지 틀리게 쓰는 게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