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통아저씨는 튀어 오른다

시한폭탄

by 필마담

시계, 그리고 숫자. 이 사진을 보니 생각나는 단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시한폭탄’.


육아로 정신없던 어느 날,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왜 동화 속 결론이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만 끝나는지 알겠어."라고 했다. 만약, '백설공주는 결혼 후 아이를 낳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흑발의 풍성함은 줄어들었고 하얀 얼굴엔 기미가 생겼으며 일곱 난쟁이는 요일별로 돌아가며 육아를 도왔다'라고 썼다면 어느 누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릴까.

아이와 있으면 무척이나 즐겁다. 즐거운 만큼 무척이나 힘들다. 육아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언제 울음을 터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거다. 똑같은 행동도 어떤 날에는 싫고 어떤 날에는 좋다. "아니야", "싫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줄 알 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매한가지로 엄마의 예상과 달리 울음이 터질 때가 많다. 한 번 터지면 쉽사리 그치지 않기 때문에 마치 통아저씨 룰렛에 칼을 꽂듯 긴장과 조심을 담아 행동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통아저씨는 튀어 오른다. 아이의 울음이 터지는 순간, 그때 나는 "시한폭탄이 터졌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시한폭탄은 아냐, 시한폭탄時限爆彈은 언제 터질지 예측이라도 되지."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아직도 나는 아이의 마음을 몰라줄 때가 많다. 요즘은 제법 할 줄 아는 말이 많아졌지만 해석하다 보면 틀릴 때가 많다. 마치 스무고개처럼 정답을 찾아 가지만 스물한 번째를 넘어 정답을 맞히는 날이 많다. 이럴 때면 ‘아이가 말을 더 잘했으면’하고 욕심부린다. 서툰 발음으로 뱉어내는 단어에도 물개 박수를 치고 제법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마음을 몰라줄 때면 욕심을 부리게 된다.

아이가 말을 잘하길 바라는 건 조급함의 문제라기보다는 답답함의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해 제일 힘들 거다. 아니다. 어쩌면 나름 한다고 했는데 엄마가 몰라주는 걸 수도. 엄마가 알아주지 못하고 계속 질문만 한다면 어떨까. 상황은 다르지만 내 상사가 나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할까.


오늘도 엄마는 아이의 언어라는 퍼즐을 풀어갈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정확하게 맞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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