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용기
복싱 글러브와 물통, 그리고 장난감이라니 이 조합은 뭘까?
남편은 결혼 전 복싱을 배웠다. 체중감소와 체력증진을 목적으로 배웠지만, 사정상 배움의 기간은 길지 못했고, 그때 사용했던 복싱 글러브는 창고 안에서 잠자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잠들어 있던 복싱 글러브가 최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남편이 다시 복싱을 배우기 시작해서가 아닌 의외의 목적 때문에.
(상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소파 팔걸이에는 거북이 얼굴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온 나무 장식이 있다. 주먹만 한 크기에 원목이라 제법 단단해서 혹여 아이가 부딪힌다면 다칠만했다. 때문에, 볼록 튀어나온 나무 장식을 감쌀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런저런 짱구를 굴리다가 남편이 한 가지 묘안을 제시했다. 그건 바로,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글러브를 꺼내 끼워두는 거였다. 그렇게 거실 소파에 글러브가 꽂혀 있는 괴이한 상황이 생긴 것이다. 딱 맞는 사이즈에 안심도 찰나. 아이는 글러브를 가만 놔두지 못하고 잡아 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이가 찍은 사진 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육아를 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안전'이다. 자신이 슈퍼맨이고 스파이더맨인 줄 아는 아이를 위해 어른이 먼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어디서 어떻게 다칠지를 예측한 결과, 우리 집 가구 대부분에 모서리 보호대가 붙여졌다. 신혼 때 큰 맘먹고 구입한 원목 침대마저 모서리 보호대로 빙 둘러졌을 때는 속이 쓰렸지만.
'아이의 안전’과 관련해서 우리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타인의 안전’이다.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는 가끔 물건을 던진다. 말보다 행동이 앞설 시기라고는 하지만 던지지 말아야 할 물건을 던질 때면 생활지도 시 "ㄱㄹ이도 다칠 수 있지만 주변 사람 특히 친구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라고 알려준다.
어느 날인가 키즈 놀이터에서, 자신만의 목적지만 생각하고 달리는 아이와 어떤 여자아이가 부딪히는 일이 생겼다. 아이의 가속력 때문에 부딪힌 아이가 주저앉게 되었고, 울음을 터트렸다. 내 아이가 다친 걸 살필 겨를도 없이 넘어진 아이가 먼저 걱정되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아이의 엄마에게 사과를 했다. 이때 내 아이에게도 상황을 설명해주고 같이 사과하게 했다. 다행히 어느 한쪽도 크게 다치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타인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더불어 '사과하는 용기'를 알려주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의도치 않게 타인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된다고 알려주고 싶다. 타인의 안전을 생각하고 혹여라도 위험이 있었다면 사과할 줄 아는 용기를 가르쳐주고 싶다. 단, 그때 아이가 너무 시무룩해지지 않았으면. 사과 후 조용한 곳에서 토닥이며 안아주었던 그날처럼.
나의 이런 육아 방식이 올바른지는 모르겠다. 나는 육아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고, 책이나 매체를 통해 공부를 하지만 온전하게 바르게 육아의 기본을 알진 못한다. 때문에 엄마로서의 가르침이 서툴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바가 명확하다면 다시 바로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