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무게감
7월의 어느 밤, 아이가 찍은 사진에 글을 더한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그리고 며칠 지난 후 그 브런치북을 남편에게 공유했다.
사실, 남편은 그동안 내가 브런치에 글 쓰고 있는 걸 몰랐다. "자기도 브런치에 글 써봐." "자기는 북 리뷰하면 잘할 거 같아." "요즘 글 써보고 있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적었는진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을지도.) 왜 그랬을까. 너무 가까웠기에 오히려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남편의 평가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난 후 이어 쓸 글이 생각나지 않았다.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맴돌던 문장들이 있었는데, 누군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한 순간 지워버리고 간 거 같았다. 아마 이 무렵 글 쓰는 게 조심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사실, 브런치에 글쓰기의 시작은 가벼웠다. 오랜 기간 글밥 먹고살았기 때문에 기본은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쓰면 쓸수록 어려워졌다. 월급 받고 쓰는 것과는 또 달랐다. 오롯이 내 거인 글을 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함에 더 신중해졌고, 타인의 글을 보면서 '잘 쓰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글의 길이가 짧은 것조차 신경 쓰였다. 주춤해진 게 이때부터인 거 같다. 그렇게 한동안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 있었다. (옛날 같으면 펜을 들지 못했다고 표현했겠지.)
브런치북을 공개하고 난 후 남편에게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잠깐의 통화로. 당시 남편의 워딩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내 글에 대한 칭찬과 함께 “가치가 있다. 가치 있는 건 언젠가 가치를 인정받고 그 가치의 영향력이 복리로 커진다."라고 했었다. 복리라... 재테크 관련 서적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스러운 단어 선택이었다. 그 몇 마디가 힘이 되었다. 이럴 때는 내편스럽다.
나는 글쓰기가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재료를 두고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 것처럼, 단어도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감각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글쓰기에 나만의 레시피가 분명 있을 거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치하면 아무 쓸모없는 거기에 뭐라도 좋으니 조금씩 써보려 한다. 처음에 좋아서 쓰기 시작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