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SUMMER
안녕, 여름?
사과 먼저 하지.
이 글은 감히 대자연 너에 대한 조금의 예우도 차리지 않는 글임을 앞서 밝히는 바야.
후환을 감수하고 너의 만행을 낱낱이 끄적여 보겠어.
겨우 7월초 주제에 너는 아주 지독한 자린고비라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존재가 돼 있어.
근데 정당방위 자본의 맛에 대한 대가로 40만원은 선 좀 넘지 않았냐?
그러고 나간 지 5분 됐는데 에어컨이라곤 틀어 본 적 없는 듯한 불쾌지수는 어떻게 된 사연이야.
도대체가 무슨 사연인지 한번 들어볼게.
우리 소통이란 걸 해보자!
지들이 방귀 뀌고 성 내는 인간나부랭이와 소통은 없다고?
그래도 인간나부랭이들은 말이지.
이 대난리 속에서도 벌떡 일어나서 씻고 출근길에 누구를 해치지 않고 무사히 그날의 노동을 완수하고 있어.
거의 뭐 공자 맹자 급 아니겠어?
이제 지나친 핫써머 니가 정신을 제발 차릴 때야.
이젠 얼음가득 아아를 마시면서 팥빙수를 싸 들고 가는 퇴근길에 듣는
인디고 여름아 부탁해
UN 파도
꿍따리샤바라로도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어.
물론 네가 베푸는 파라솔과 넘실거리는 파도는 은총이 가득해.
알지 그럼.
너의 은총 내지는 실력행사는 은퇴하고서
어디 알제리 따가운 태양 밑 어디서 요양할 때 알베르카뮈 이방인 같은 거 읽으면서 녹을 듯이 즐길 테니 기다려!
집이 보이고 있어 이제 그만 40만원 고지서를 담보로 자본의 품에 안겨보려 해.
너를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후대와 더불어 살 줄 아는 자세로 에어컨은 딱 두 시간만 켜겠어.
그러니 여름아,
내가 쾌적하고 우아하게 살 수 있게 협조해주지 않으련?
불행히도 내일도 네가 이따위여서 너를
악귀라 칭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