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습작대본
살다가 뜬금없이,
필요 이상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 있다.
지금 나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에 대한
이 지나친 관심, 이 무용한 사색을
나는 향수라 부른다.
우연히 포착된 남의 모습에서
사실 내가 살아 보고 싶었던
어쩌면 내가 살아 봤을지 모를 삶의 세계를 만들어 내게 한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지난 날과 작별해야 하는 '많은' 우리는 이런 장면과 마주할 때가 있는 것이다.
S# 은주의 집/ 밤.
부엌의 은주,
토스트 위에 메이플 시럽을 뿌리고
씻어 논 딸기를 슬라이스 쳐 토스트 위에 올린다.
아들이 학원 갔다 올 시간 앞두고 간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식탁에 플레팅 해 놓고서 자신이 마실 원두를 내리는 은주.
부엌 창 너머로 옆집 울타리 앞에 한 남자가 차를 대 놓고 서 있는 게 보인다.
벌써 한 시간도 더 전부터 저러고 있다.
훤칠하고 인상도 좋아 보이는 젊은 남자,
저런 남자를 저리 세워 둔 여자가 궁금해진다.
은주 뭔 큰 잘못을 했나?
포터에 물 끓자 원두를 내리면서도 필요 이상의 관심으로 창문 너머를 보는 은주.
은주 뭐 실은 이중계약 피해자라거나 그럴 수도
이사 온 옆집을 소재로 망상을 하다가 피식.
은주 그래 나 문학박사였지
씁쓸한 미소 머금고 잔 들어 커피 한 모금 마시는데
띠디딕- E. 도어락 소리
마치 현실을 깨우는 소리 같고.
은주 (현관에 대고) 현성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