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가끔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하기를 좋아한다.
혼코노를 하다 보면 혼코노를 하는 옆방의 사운드가 들린다.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처음 듣는 멜로디가 취향저격이라 황급히 어플을 켜 사운드검색을 하는 때도 있다.
내가 방금 부른 노래를 옆방에서 부를 때도 있는데 이럴 땐 묘한 희열이 있다.
역시 나란. 뭐 이런 자아비대랄까?
드라마작가지망생은 혼코노를 하면서도 좌뇌가 바쁘다.
아래의 씬은 그런 어느 날의 코인노래방에서 시작되었다.
S# 코인노래방 룸6
정장 차림의 여자, 어딘가 불안정해 보인다.
심호흡 한번 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든다.
[INSERT]
귀하의 면접 결과 이번에는 아쉽게도 모시지 못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적막이 감도는데..
E. 다음 손님이 대기중이예요. 서둘러 노래를 선곡해주세요~
소리에, 리모컨 가져다가 외운 듯이 한번에 입력하는 번호.
꿍따리샤바라가 재생된다.
요란한 사운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여자.
핸드폰 쇼파로 던져 버리고 테이블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켠다.
S# 코인노래방 룸7
군복차림의 남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복잡한 얼굴로 쇼파에 기대 앉아 있다.
축구공키링이 달려 있는 커다랑 배낭 옆으로 던져져 있는 의학전공서적.
E. 다음 손님이 대기중이예요. 서둘러 노래를 선곡해주세요~
소리에, 머리 위로 팔짱 끼고 눈 감는데.
꿍따리샤바라 빠빠빠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되고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안면근육이 풀리고
이내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S# 과거회상 <7년 전>
청소년 여학생과 남학생, 노래방 룸안으로 입장한다.
남학생, 쇼파에 눕 듯이 앉아 들고 있던 축구공 다리 사이에 끼고 교복 바지주머니에 구겨 논 성적표 꺼내 본다. 지하 뚫고 갈 듯한 표정이고.
여학생, 그런 남학생 보고서
여학생 야 시험 좀 망했다고 죽냐?
남학생 (엄마 얼굴을 떠올린다)죽어
초록색 체육복 바지 입은 여학생, 노래방 기계에 망설임 없이 번호 입력하고 테이블 위로 올라간다.
요란한 사운드가 흘러 나오고
여학생 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흔들어 재껴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리듬에 엉덩이를 맡겨 흔들어 재끼는 여학생의 둘리 같은 뒷태에 남학생 폭소. 축구공 차면서 일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