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좀 하고 싶다.
바쁘다.
이보다 더 적확하게 드러낼 수 없는 나의 근황이다.
본업에 충실하기를 2년 째 미루다 더이상 미룰 수 없이 주어져 버렸다.
나는 그렇다.
뭔가를 결심만 하고 이행할 줄 모르니 추진력 있고 자본금이 많은 누군가에게 시간을 맡겨 버리는 게 가장 빠른 실행인 것이다.
각성제가 필요 없는 삶. 눈 뜨면 택시에 실려 빌딩에 그저 당도해 있는 나를 인지할 수 있다.
이런 삶이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돼 가는데 적응의 동물답게 지난 날의 신선놀음을 망각해간다.
내가 하루를 얼마나 허투루 썼더라?....
적응의 동물은 간사함의 동물이기도 한데 허송세월을 보내던 신선의 시절엔 빈 공간을 용납 못하듯 틈만 나면 불안이 스멀스멀 솟더니 이젠 짜증이 밀려온다.
난 한가할 땐 불안하고 바쁠 땐 짜증나는 포유류였다.
휴일인 오늘,
짜증을 뒤로 하고 간만에 여유 좀 찾고 싶었다.
낙엽 카멜 카펫에서 남의 개 뒤를 따라가며 눈동냥하고 좀 귀여워 해주고 그러다 짖으면 5보 뒤로 물러나는 이 산책길이 귀하다.
아끼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귀히 누려보다 조급증이 생긴다.
망하는 길로 가기 전에 모든 걸 차단해본다.
오늘이 몇요일인가를
미뤄둔 집청소를
불쑥 스친 불쾌한 얼굴을
내 뜻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상식 밖의 모든 것들을
생각을 생각을 생각을....
나는 적응의 동물이며 끝내 다 적응을 할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그런 나를 간과하지 말 것.
+그리고 브런치를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