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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월드 May 22. 2024

내 머릿속의 목장

취향특수2

내가 인생영화로 꼽는 영화론 해외영화가 많다.

물론 국내영화 가운데서도 누군가 한국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내세울 수작 <살인의 추억>이 있다.

근데 잔잔한 가운데 잊을 수 없는 메시지를 주거나 숨겨왔던 나의 서정을 자극하는 멜로 영화로 기억나는 것들에는 대부분이 해외영화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라히 아련히 기억 속에 있는 한국 멜로영화가 있는데 바로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다.

똥 안 싸던 시절의 배우 손예진과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명대사와 명주얼를 남긴 정우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망할 수 없는 영화긴 했다.

근데 우성의 대사를 무려 김영하 작가님이 썼다는 사실을 알고선 뒤늦게 적잖이 놀라웠던 점.

암튼 내가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는 이유엔 이것보다도 그 영화를 봤던 시공간이 크다.

때의 난 공부는 거의 안 하고 드라마 영화는 꽤나 봐 는 여고생이었는데 가족여행으로 어느 목장에 놀러 갔었다.

겨울이었고 목장에 둘러싸여 있는 목재형 단독채 숙박시설이었다.

마치 영화 러브레터가 연상되는 뷰에 오겡끼데스까가 절로 나오던 그곳에서 1층에 있는 부모님과 분리되어 옥탑방 같은 2층에 언니와 단둘이 머물렀다.

1층과 2층 사이엔 무려 자물쇠로 걸어 닫을 수 있는 나무문까지 있어 프라이빗한 청소년 타임이 보장되는 보기 드문 가족 숙소였다.

그 2층 다락방에서 본 영화가 

<내 머릿속의 지우개>였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여자와 그녀를 보며 슬픈 눈으로 웃는 남편의 사랑이야기가 설원 목장 위 2층 다락방에선 절절한 것보다도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멜로 주인공들과 목장과 내가 일체된 물아경지랄까.

어떤 영화가 왜 좋았냐는 것도 내 마음의 파동에 매인 것이니 포털사이트 평점은 대중의 동향에 대한 반영 정도라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해서 나에게 <내 머릿속의 목장>이라고 이름 짓고 싶은 뒤늦은 관람평을 쓰며 오늘 밤엔 숨어 있는 또 다른 한국영화를 물색해 봐야겠다.

목장에 갈 수 없으니 와인과 케잌을 준비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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