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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Jun 05. 2017

야간산행

--태백산을 보여 주리라

야간산행

--태백산을 보여 주리라

     

그들을 만난 것은 땅거미가 많이 내려 어둑어둑할 무렵이었다. 10여 미터 전방 등산로를 가로질러 아득한 계곡으로 “꽤~액”하며 내달리는 그들을 본 후 나는 숨이 딱 멈추었다. 머리 위 모자까지 부들부들 떨리며 겨우 정상에 올랐다. 천제단에 올라 하늘에게 삼배하고 망경대로 내려와 차가운 빵조각을 씹었다. 돌발적으로 조우한 그들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문단에 가끔 출현하시는 망경대 혜운스님의 선방에 들어 뜨거운 차를 얻어 마시며 반재쯤에서 그들을 만난 흥분을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사진 몇 장을 꺼내놓으셨다. “매일 오후 5시 망경대 잔밥을 내어 놓으면 몇몇 아가들이 찾아와 이렇게 맛있게 먹고 간다오.”

아! 그들이었다.

태백산 멧돼지! 그들의 사진!

그들이 혜운의 손 위에 있었다. 태백산이라는 아! 즐거운 울타리 속에서 커 가는 혜운의 어여쁜 아가들이었다.

     

때로는 머리털이 곤두서는 두려움으로

술 같은 밤을 마시며

깨닫는다는 것이 이토록 어둠인

만남 자체가 영산처럼 먹먹한 야간산행

울컥, 태백산을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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