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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Aug 21. 2017

흔들리며 피는 꽃

- 물 만난 고기처럼 행복하셨다면....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고 행복하셨다면....

     

 오늘 아침 월례조회 때, 사장님의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강의를 들으시면서  

상류를 거스르는 회귀본능의 연어처럼 절박하지만 행복하셨다면 당신은 문학적 소질이 다분히 있고 다양한 스펙을 보유한 유능한 우리 회사의 직원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사장님이 서울 전국 도서관 회의에서 도종한 시인과 우연히 만났는데 두 분은 00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간부회의 때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우리 직원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로 월례조회를 이용하여  도종환 시인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라는 당부에 이렇게 문학강연 형식의 조회를 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시적 감수성과 자질이 있습니다.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과 오규원의 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며>를 비교하여 읽기를 권합니다.  도종환의 시는 워낙 유명하여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규원의 시는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이 두 시를 소개하여 드리는 이유는 보통 시인들은 다른 작가들의 시나 소설 그 외 영화, 음악을 들으며 감명을 받고 작품을 완성합니다. 저는 습작 시절에 오규원을 많이 좋아하여서 <오규원의 현대 시작법>을 교과서로 채택하여 시 습작 공부를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시인하면 쉽게 떠오르는 몇 명의 시인 중 <접시꽃 당신>으로 대변되는 도종환 시인을 오늘 조금은 맛보기로 알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월례조회도 이렇게 문학강연이나 작은 음악회 형식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총무팀장에게 다양한 월례조회를 구상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강의 도중에 사장님께서 설의법-(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을 의문의 형식으로 표현하여 그 사실을 강조하는 수사법)을 말씀하셨지만 저는 완곡한 종결어미-(의문형의 완곡한 종결어미로 절제된 감정을 표현)라고 배웠기에 잠시 혼란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같은 수사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하수 같은 시적 감수성은 시조(정형시)입니다.

오늘 사장님이 강의하신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자세히 다시 읽으면 정형시의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누구나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시가 큰 성공을 거두는 법이니까요.

자유시, 그중에도 특히 산문시가 판치는 요즘 시대에 시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 할 대목입니다. 물론 산문시도 나름 강렬한 메시지로 현문이 되기는 합니다만... 운율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내적 감수성이 한문문화권에서 몇 천 년을 살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대구법과 대의법에 대해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도종환의 시와 비슷한 이미지의 오규원의 시를 아래에 적습니다.

이 세상에는 비슷한 이미지의 시들이 많습니다.  그런 시들을 찾아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아래에 적은 두 시를 비교하여 읽으며 누가 먼저 발표한 시일 것 같습니까?

맞추시는 분에게는 창비 또는 문지 시집을 한 권 드리겠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1954~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1941~2007)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고요 - 오규원--<이 시는 너무 좋아서 사족으로 첨부합니다.>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 *^* 답글 *^* 
유 00 장학사

과장님..

감사합니다.

시를 잊고 살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맘이 충만해지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 한번 보는 것도 잊고 사는데 이런 시간이나마 따뜻하고 행복하게 다가옵니다.

매일매일 행복한 5월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 00 팀장
그 유명한 시 도종환의 < 흔들리며 피는 꽃>과 조금은 낯설은 오규원의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를 천천히 비교하며 음미를 하였습니다. 두 시 가 어딘가 닮은 느낌이 드는데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장님 덕분에 좋은 시를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하였고요.  오규원의 시가 먼저....


김 00 주무관
시를 잊은 우리들에게 좋은 강연을 해주신 사장님과 그 조회의 문학강연 같은 과정을 전해 주신 과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렇게 내부 통신망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시나 좋은 글귀가 많았으면 합니다. 거의 딱딱한 업무연락이나 경조사 투성의 내부 연락망에 모두들 피곤하고 식상해 있었으니까요. 


정 00 과장
좋은 시 감상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한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오규원의 시는 처음입니다만 오규원의 시도 차~암 좋습니다. 인생의 철학적 의미가 심오하게 숨어있는 멋진 시 같습니다.

정답!!! 과장님, 나이로 보아서 오규원 시인의 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가 먼저일 거 같은데요?


이 00 교사
과장님! 덕분에 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감~솨 @*@ 

일주일에 한 번 씩 kwe Messenger를 통해 문학 통신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한 두 편씩 슈~웅 날려 주십시오 ^*^ 해버 굿 데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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