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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Nov 27. 2017

말을 하면 그대로 얼어붙어 봄에 녹아야 들리기 시작한다

-당신이 따뜻하게 지낸다면, 저도 잘 있습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수능은 포항 지진 때문에 일주일 연기됐고 수능 당일 여진의 충격(당일 1,7 진도의 여진이 있었음)도 미미해서 잘 끝났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물론 <수능 한파>라는 매년 반복되는 별칭의 강추위도 그저 그래서 견딜 만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포항 지진, 예기치 못했던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 연락망인 SNS를 뒤덮었던 안부의 말들,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했던 염려와 배려의 말 ,

"괜찮으신가요?"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가까이 있었던 시민들은 포항으로 달려갔고, 수능의 시계는 포항의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 늦춰졌으며, 동료 수험생들을 향한 경쟁자들의 응원의 글마저 넘친다 하니… 세상은 우리를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았지만… 그 길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다시 떠올려 보는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편안하다면, 저도 잘 있습니다.'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로마인들은 편지의 첫 문장을 꼭 이렇게 시작한다는 이 말 라틴어 <책 : 라틴어 수업 -- 한동일 Lectio 13 --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그래서 ‘그대가 평안해야 나도 안녕하다’는 그들의 인사가 문득 마음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잘 살 수 있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요즘 우리의 삶이 위태롭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오랜 경기 침체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실업률, 각박해지는 근로 환경에 젊은이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불안한 미래 속에서 점점 여유를 잃어갑니다. 중장년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온통 할애하지요.
<수능 한파>를 모티브로 시작한 추위 이야기가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만 아무튼 이 말, <당신이 편안하다면, 저도 잘 있습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라는 말은 더불어 사는 우리들에게 무척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https://youtu.be/8V42FUzZvFM

https://youtu.be/jn8XHYDe4fY

추위에 관해 이야기를 계속하면   

과거 우리나라의 역대 최저기온은 남한을 기준으로는 1981년 1월 5일 양평의 기온이 -32.6도였고 남북한을 통틀어서는 1933년 1월 12일 중강진의 기온이 -43.6도라는 기록이 있으며 1997년 1월 2일 백두산 천지의 기온이 -51.2도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엄청나게 춥습니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은 어디일까요?

러시아 사하지역에 위치한 인구 800여 명의 작은 마을 <오미야콘>입니다. 이곳은 1926년 1월 26일 -72.2도 까지 내려갔다고 하니 거의 살인적인 추위입니다. 이곳은 왜 이리 추울까요? 워낙 북극에 가깝기도 하지만 동서남으로 산맥이 둘러 싸여 있어서 북쪽에서 밀려오는 찬 공기가 오랫동안 갇혀 있기 때문이랍니다. 극한의 경험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을 방문하였다.>는 글귀와 함께 방문 한 사람 이름과 그 당시 영하의 기온을 적은 인증서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보다 더 추운 곳은 아마 우리나라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춥기로 유명한 곳 북쪽 사람, 세명이 나눈 대화를 들어보면 세계에서 가장 춥다는 <오미야콘>은 쨉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평안북도 중강진에서 온 사람이 중강진의 강추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소변을 보면 그 소변이 땅에 닿기도 전에 바로 얼어 오줌 기둥이 되었네"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함경북도 백무고원에서 온 사람은 " 말을 뱉으면 그 말이 그대로 얼어 이듬해 봄이 오고 비로소 녹아야 들린다"라고 맞받아 쳤지요. 가만히 듣고 있던 백두산 출신은 "허허.. 방안에 촛불을 켜두면 그 불이 꽁꽁 얼어 겨우내 불 켜진 양초 하나로 봄까지 생활하고도 남는다네"라고 너스레를 떨며 대화를 하였답니다. 

약간은 과장되었고 뻔한 거짓말이지만 추위에 대해 유머로 대하는 옛사람들의 해학적 태도가 멋들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춥다는 <오미야콘>은 자동차 시동을 끄면 다시 못 켤까 봐 온종일 켜두어야 하고 빨래는 순식간에 얼어 겨울에는 빨래를 아예 안한다는 겁니다. 또 영하 -50도를 밑돌면 휴교 조치를 내린다는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추위를 이기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마음을 따스하게 먹고 내가 따뜻하게 지내기 전, <내 주위 사람들은 따뜻하게 지내는가?>라는 배려와 염려의 마음을 가지면 겨울내내 포근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따뜻하게 지낸다면, 저도 잘 있습니다>

올겨울 부디 따스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Jtbc 손석희 앵커 브리핑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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