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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Mar 02. 2017

19일간의 남인도 배낭여행기 -epilogue-(6)

-콜롬보에서 시작된 설렘,  뭄바이에  잠시 두고 왔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이런 책은 세간에 호기심을 유발해서 많이 읽히는 유명한 책이 된 경우가 종종 있다. 경쟁에 내몰리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을 정해주는,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빛을 밝혀주는 한 권의 책..... 이처럼 책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을 때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치료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는 게 문제이다.

또 한 사람, 그 사람을 만나서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11년 여름, 북인도(골든 트라이앵글, 바라나시, 뭄바이) 여행 후 몇 년 동안 계속 남인도 여행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이번 겨울 남인도 여행을 떠나기로 확정한 것이다. 

여행 일정을 짜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고 즐거움인 것은 패키지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남인도 배낭여행의 루트는 어디로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래 <스틸드피싱, 대한항공 인천 스리랑카 직항 선전 배경에 나온 낯익은> 이 단 한 장의 사진이 나의 이번 여행루트를 결정하게 만들었다. 물론 남인도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 모 인도 전문 여행사의 남인도 여행루트 지도도 이번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대륙의 눈물, 빛나는-Sri 섬-Lanka, 실론 섬>으로 불리는 스리랑카는 요즘 조금씩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인천과 스리랑카 콜롬보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이 개설되었다. 

직항을 타면 8~9시간이면 콜롬보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들어가면 항공료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지만 너무 늦은 밤(새벽 1시~2시)에 도착할 뿐 아니라 경유지 공항에서 5~6시간은 보내야 하는 살인 스케줄이라 일주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면 비추, 열흘 이상이라면 경유지가 포함된 노선을 적극 추천하겠다. 

나의 경우 홍콩 공항에서 1시간 30분 기다렸고,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서 5시간을 대기하는 등 인천에서 아침 10:50분에 출발했는데 새벽 1시 30분에 콜롬보에 도착했으니 우리나라보다 3시간 30분 늦은 시차까지 감안하면 거의 19시간 동안 콜롬보를 가기 위해 비행에 투자 한 셈이다. 

그래도 나는 19일간의 배낭여행이었고 이렇게 절약되는 항공료로 일주일 정도는 현지 체류경비를 충당 한 셈이니 허비된 시간이 아깝긴 해도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스리랑카 불교문화와 유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지 중에 하나인 <켈라니아 사원>, 2,500년 전 부처님께서 홀연히 스리랑카에 오셔서 불법을 성 파하고 돌아가셨다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대웅전이라고 불리는 이곳의 화려한 조각이 무척 이채롭다. 또 켈라니아 사원에서 한번 참배한 사람은 어렸을 때의 죄까지 모든 원죄가 사해진다는 사원으로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베이라> 인공호수에 배처럼 떠있는 <시마 말라카> 사원은 시내 중심부에 있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제프리 바와>가 설립한 불교사원으로 도심의 빌딩 숲에서 불상과 사원을 동시에 보는 느낌은 사람들과 친숙한 불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푸근한 마음이었다.

오토릭샤를 타고 지나가다가 웅장한 건물 앞에 정차했다. 스리랑카의 독립기념관이었다. 1948년 독립 이후 초대 총리이자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스테펜 세나나야케>의 동상이 콜롬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콜롬보는 섬의 서해안, 켈라니 강 바로 남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도양의 주요 항구이다. 8세기 이후 아랍 상인들이 정착했으며 16세기부터 포르투갈인과 네덜란드인, 영국인들이 차례로 섬에 정착하여 발전시켰다. 1815년 스리랑카인 족장들이 실론 섬 중심부에 있는 캔디 왕국의 왕을 몰아내고 영토를 영국에 양여하면서 실론 섬의 수도가 되었다.

  1948년 스리랑카 독립 이후 서구 영향권에서 차츰 벗어나게 되었다. 콜롬보에는 국회의사당과 옛 국제연합 사무국, 시청, 산타루치아 대성당의 돔형 지붕, 도리아 양식 기둥으로 유명한 대법원 및 갈레파체 호텔 건물이 있다.  도시 주변에는 많은 공장이 건설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론 섬의 상업 중심지로 남아 있다. 수많은 공원과 유원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남쪽 경계선 근처에 데히왈라 동물원이 있다.


강가 라미야 사원은 콜롬보 최대 불교사원으로 1885년 <히카두에스리 나야카> 스님이 창건한 사원으로 강가 라미야의 뜻은 물을 다스리는 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갈레에서 탕갈레로 가는 길에 웰리 가마라는 지역은 스틸트 피싱으로 유명하다. 특히 우리나라 대한항공 선전 배경 사진으로 나온 사진 중에 하나이다. 말 그대로 바닷속 기둥 위에서 낚시를 하는 것인데 엘리 가마의 전통적인 낚시 방법이다. 스리랑카인들은 이런 전통적인 방법으로 낚시를 하며 살아갔다고 한다. 거친 인도양의 파도를 맞으며 거친 물살과 함께 낚시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곳, 이 노동의 현장이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도 고기잡기라는 생업보다는 팁을 받고서야 스틸드피싱을 재현하는 일종의 관광용 퍼포먼스가 되었다. 생업의 현장을 돈을 주고 보아야 하다니 실망스러운 풍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갈레는 스리랑카 최대의 항구 도시로, 한때 아라비아 상인들의 동방 무역기지로 번성했던 곳이다. 1,588년 포르투갈 강점기에 포르투갈인에 의해 건설되었고, 네덜란드가 이 땅을 차지하게 되면서 18세기경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988년엔 ‘유네스코 세계의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갈레는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분되는데 이중 구 시가지에 위치한 갈레 요새는 동남아에서 유럽인들이 건설한 요새 중 가장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갈레 포트 항공사진

갈레 역 주변에서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행할 때 사진 촬영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멋진 풍경을 보면 찰칵,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예쁜 소품을 보면 찰칵... 찍고 또 찍는다.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이런 습관은 과연 좋은 여행법인가?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여행하는 인간> 이란 책에서 본 대목은 여행에서 사진 촬영이 많아질수록 우리 뇌는 덜 느끼고 덜 기억한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여행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과도한 촬영은 여행을 더욱 메마르게 한다. 또한 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택이 쓴 책 <사진에 관하여>에서는 “노동 윤리와 조직이 냉혹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사진 찍기에 더욱 집착한다고 본다. 하루 종일 일 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거나 휴가로 일을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데, 사진 촬영을 열심히 함으로써 자기가 했던 일과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대목은 배낭여행자로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진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나는 어떠했는가? 혹시 여행하는 것을 일하는 것처럼 하지 않았는가? 이번 나의 남인도 여행에서는 본의 아니게 렌즈가 말썽을 부려 (이번 여행기 프롤로그에서 쓴 적이 있다.) 사진 찍는 일(?)을 조금은 덜하고 유유자적, 현지인과 스킨십 (악수, 허그, 눈인사, 미소, 손인사)를 많이 하였으니 그나마 나의 여행 철학에 맞는 여행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내콤보 콜롬보 공항, 스리랑카를 떠나며.... 스리랑카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우리가 구매하는 것 중 여행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이 사실의 페이지에 내가 방문한 나라 스리랑카 하나와 도시 두 개, 콜롬보와 갈레를 적어 놓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였다.

여행을 떠난 순간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여행을 떠나서는 느린 마음, 천천히 걸으며 나무, 풀, 구름 보고, 사람들의 미소 따위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남인도에서 느림의 미학을 알아가기 시작하면 이미 여행은 끝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어디든 떠나기 위해 지금을 아프게 견디는 것 인지도 모른다. 

우버택시는 벵갈루루에서 딱 한 번 탔다.

남인도에서 새벽 산책은 정말 멋진 여행 실천이었다. 새벽 강이 나를 굽어보고 있다. 어쩌면 사는 것은 강처럼 천천히 견디며 흐르는 것, 이 새벽에는 산새도 견디느라 작게 지저귄다. 나무가 숙연히 새소리와 세상 말을 듣고 있다. 나무와 새벽 공기는 나를 툭, 건드린다. 안갯속에 들어 있는 햇빛 알갱이 같은 생각이 툭 하고 봄비로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남인도를 여행하면서 비님을 한 번도 못 만난 것은 큰 유감이다. 술맛 나게 만드는 비비비...,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착하다.

여행을 갔다 온 후 시간이 지나면 그곳의 즐거운 추억과 힘들었던 기억들이 파편화되어 하늘로 흩어지고 만다. 직접 찍은 사진과 더불어 그곳의 여행기를 쓰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쓰는 것은 여행지의 추억과 기억을 모으고 그곳에서 현지인과 부딪기며 느끼고 생활했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나만의 견고한 성에 가두어 놓고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직접 여행을 설계하고 실천했던 배낭여행 가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 근 한 달 이상 여행을 기획했고 19일 동안 남인도를 여행했으며 이렇게 여행기를 쓰는 마무리 한 달 까지 오래오래 여행 때문에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이것은 여행이 나에게 오랫동안 즐거움을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점심도시락을 배달하는 다바왈라와 같은 기차칸에 타고 인디아게이트로 갔다.

다바왈라의 삶을 다큐로 찍는 것  같았다.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는 여행의 기준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여행이란 무엇인지,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와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담겨있다. 결국 여행이란 <여행자의 사고방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멀리 해외나 국내 유명한 곳을 가야만 여행이 아니라 자기 집, 문 밖을 나가도 새로움을 느끼고 찬찬히 주변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안목을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한다.

여행하라 Travel !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As much as yon can.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AS far as you can.

될 수 있을 만큼 오래 As long as you can.

한 곳에서만 살라고 인생은 말하지 않는다. Life's not meant to be lived in One Place !


사람들은 여행하지 않는다. People don’t take trips. 

여행이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다. Tribs take people.


여행이란 우리가 가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 아나톨 프랑스

‘캐핀 피버(Cabin Fever)’라는 용어가 있다. 정신질환 중 정식 병명은 아니지만 폐쇄된 곳이나 좁은 공간에 장기간 체류할 때 생기는 답답함, 불안, 무기력 등 정서적인 불안정감을 뜻하는 용어이다, 사실 많은 현대 도시인들은 누구나 이 <캐빈 피버>를 앓고 있다. 시계추처럼 집과 사무실을 오가면서 일상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새장에 갇힌 새나 목줄이 묶인 개처럼 답답하다고 느끼게 된다. 비교문화연구를 보면 생활방식이 도시화될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몸과 마음은 산업화 이후의 환경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는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캐핀 피버>를 참고 살아가도록 끊임없이 훈련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많은 도시인이 <캐핀 피버>에서 벗어나기를 본능적으로 원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여행이다. 여행은 현대 도시의 동물원에 갇힌 도시인의 가장 대표적인 풍부화 프로그램인 것이다. 새로운 자극이 주어지고 유무형의 통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생활하고 활동반경을 내 마음대로 넓히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인간, 문요한>

때로는 여행은 준비를 많이 한 여행보다는 준비를 적게 한 여행이 더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은  역시 배낭여행이다.  여행이란 일상에서 영원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워진 나를 만나는 통로이며, 가득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삶이 여행이라는 이야기는 이제는 낡은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인가?

힘들고 지친 어려운 삶을 어떻게 하면 가볍고 경쾌하고 행복하게 여행을 떠나듯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여행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이고 무엇이 길래 항상 여행을 꿈꾸며 살아가는가? 남인도 여행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도를 또 다시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함인가? 여행 후 이렇게 여행기를 쓰는 것도 남에게 보이기 위함인가? 이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몇 번의 여행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며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여행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현지인을 만나는 여행은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비법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인도’를 두 번째 다녀오고 이제 그 여행기의 마무리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의 한계이자 더 이상 개발되지 않을 내 능력 탓이다. 그러나 나의 여행과 그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콜롬보에서 시작된 설렘, 뭄바이에  잠시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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