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라는 단어
너의 배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속였을 뿐
너는 나를 속이지 않았다
나의 인생에서 엉뚱한 친절과
정신 나간 선행을 실천했을 뿐이다
경제가 정신을 지배하는 삭막한 시대에서
그 삭막한 경제를 잃었을 뿐
따분한 운명론자로 전락했을 뿐
자살을 꿈꾸는 사춘기로 다시 돌아갔을 뿐
알코올 의존성 환자로 전락했을 뿐
일상적인 대화조차 수상하게 여기게 됐을 뿐
배신을 모르는 굳건한 시로 이렇게
위안을 삼고 정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산다는 건 기막히게 시적일 것
시가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일 것
시로 잠자고 시로 먹고사는
엉뚱한 삶과 돈 안 되는 질곡을 반복하고 싶다
때로는 세상을 잠재우고 싶다
세상에게 고스란히 지고 싶다
시를 깨워 거리마다 듬성듬성 세워두고 싶다
소나기 한줄기 시원하게 산등에서 산등으로
무지개 걸리는 오후
지나간 고통과 후회
꿈처럼 아련하고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