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 하나 다 태울 때까지 술 마시면 얼마나 취할까?
봄은 부랑자처럼
상상력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이 상상력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이 무용한 상상력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고?
시를 쓰는 기초가 항상 상상력에서 기인한다는 사실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길을 걷는 것도 습관적 상상력
한 번도 깃털이 되어 본 적 없지만 가벼운 깃털을 이루는 소재는 상상력이다.
그대와 아름다운 만남을 폐기하는 것은 깃털처럼 가벼운 상상력의 부재
시가 깃털처럼 가볍게 세상을 날아다니지 못하는 괴로움
천성으로 타고 난 상상력의 빈약함
모든 것들의 내부는 어둡다
공기조차, 깃털의 내부조차 어둡다.
나는 우리 집의 먼지 같은 개미를 함부로 밟았다 그것이 나의 이름이다.
시를 마시지 않고 일상을 마시는 것
깃털처럼 내 몸이 야위어 시와 멀어지는 것 그것이 나의 죄다.
봄은 또 4월을 데리고 부랑자처럼 세상을 떠돌 것이다.
시가 꽃피는 봄에는 세상도 활짝 취했으면 좋겠다.
화려한 봄비 마시고 싶다
양초 하나 다 태울 때까지 술 마시면 얼마나 취할까?
내일 밤 어둠이 달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또 마셔야 하는데
저 양초 같은 달이
나의 등대가 되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