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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의 사유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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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Mar 13. 2024

행복한독서가 불행한 부자

이 글을 읽는 당신에 관해 저는 첫째 강한 확신과 합리적 추론, 마지막으로 어설픈 전망이 가능합니다. 먼저 대문호의 글도 아닌 이 글까지 읽는 당신은 활자중독이 아니라면 최소한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는 독서가일 것입니다. 두 번째로 책을 안 읽는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의 말미에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부자가 될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저의 어설픈 전망을 곁들여봅니다.


모든 부자가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자수성가한 부자는 독서가일 확률이 높습니다. 21세기 예수라고도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제품에 투영시킨 다독가로도 유명합니다.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다독가의 대표적인 인물은 배달(倍達)의 민족을 배달(配達)의 민족으로 바꾼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창업자)님이 있습니다. 스티브잡스도 빌게이츠처럼 대학을 중퇴했으며, 김봉진 전 대표는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첫 번째 회사를 유니콘 기업으로 만든 한국 스타트 업계의 단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잘 알려진 다독가이며, ‘더 기빙 플레지’를 통해 무려 5천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의해 출범된 더 기빙 플레지의 회원이 되려면 총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재산의 절반을 기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돈만 있다고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의 형성과정이 투명해야 하며 기부 전에 철저한 조사와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부정한 방법이나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축적한 이들은 기부는 고사하고 회원이 될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는 것도 어렵지만, 금액과 상관없이 그 부를 세상과 나누는 일은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봉진 전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책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를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훌륭한 어른으로 만든 것은 독서의 힘이라고 확신합니다.


시카고 플랜을 아시나요?

1929년, 당시 명문대학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시카고 대학에 총장으로 부임한 로버트 허친스는 ‘시카고 플랜’을 발표합니다. 100여 권에 이르는 위대한 고전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입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시카고 플랜을 비웃거나 심지어 비방했습니다. 그가 시카고 플랜을 발표한 1929년은 실업률이 32%에 달했던 경제 대공황이 시작된 해였기 때문입니다.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책이나 읽게 생겼냐? 취업이나 잘 시킬 궁리나 해라’

당시 사람들의 원성에서 기시감을 느끼지 않으시나요? 소수 선견지명의 최대 적은 다수의 무지입니다. 시카고 플랜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행되었고, 이후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2022년 기준 시카고 대학은 무려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세계 4위) 배출합니다. 그렇게 시카고 플랜과 함께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산삼이 아니라 인삼이 든 삼계탕입니다.

주위의 책린이들이 저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물음에 대한저의 대답입니다. 독서가 주는 환희를 모르는 이들은 효용성에 집중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으로 내 정신 상태를 개조하여, 더 많은 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산삼 같은 책을 추천해 주세요.라는 함의가 담긴 질문입니다.

그런 마법의 책은 없습니다. 삼계탕 한 그릇으로 불로장생을 꿈꾸는 격입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우리의 건강도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부도 성공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책도 꾸준히 읽다 보면 독서의 기쁨을 스스로 찾게 되는 것입니다.


위대한 고전은 독린이에게는 독입니다.

책 추천프로그램에 등장한 책이나 유명한 작가들이 소개하는 책은 어김없이 다음날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독서 인구를 줄이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먼저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며 개인의 취향입니다. 독서에 관심을 생긴 이들이나 아직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어린 친구들에게 위대한 고전은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이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독서량뿐만 아니라 인생경험을 한 후에 읽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린이들은 베스트셀러에 대한 집착과 강박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서점 방문을 권합니다. 대형서점도 좋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독립서점 방문은 책과 책린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독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입니다. 다 같이 읽는 책은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는 아니지만, 행복한 독서가입니다. 저 보다 훨씬 부자인데도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은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메워주고 구매가 불가능한 자아를 찾게 해 줍니다. 불행한 부자는 있어도 불행한 독서가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초보작가 김재완의 소중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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