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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의 사유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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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Mar 27. 2024

보이지 않는 영웅을 아시나요?

2024년 2월, 저녁을 먹다 무심코 본 뉴스 한 꼭지가 저의 올라간 눈매를 처지게 하였습니다.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하 한기대)에 재학 중인 최상규, 최성규 두 학생이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제목의 포토에세이를 제작했다는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뉴스였습니다.

두 사람이 카메라에 담은 보이지 않는 영웅은 학교의 청소미화원, 교내식당의 조리사, 교내 시설과 전기 안전을 책임지는 시설팀 직원들이었습니다. 학교라는 조직은 학생과 교수 외에도 보이지 않는 영웅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을 두 학생은 알았던 것입니다.

 두 학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토에세이 제작 이유를 아래와 같이 대답했습니다.


<미화원과 조리사분 들이 며칠만 자리를 비워도 학교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 고마운 분들이 대학의 숨겨진 영웅들이란 생각에 사진 촬영과 인터뷰로 알리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기대의 보이지 않는 영웅들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사다리에 올라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달려와 사다리를 잡아주고, 폭설이 내린 날 함께 눈을 치워주던 학생들과 건축공학과 교수님에게 오히려 우리가 고마움을 느낍니다.>

매일 이런 뉴스만 전하는 채널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묘한 능력을 감추고 살아가는 영웅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수줍은 많은 내향인이 과일을 팔기 위해 큰 소리를 지르며 변신하는 것. 타고난 끼와 좌중을 압도하는 말솜씨를 가진 외향인이 감정을 억누르고 같은 시각 출근하는 것을 우리는 초능력이라고 일컫습니다.

드러머의 꿈을 접고 아들을 위해 돈가스 고기를 두드리는 엄마, 하고 싶은 그림을 포기하고 딸을 위해 닭을 튀기는 아빠. 그들은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족의 영웅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최강의 히어로 군단은 따로 있습니다.

그 들은 복면도 쓰지 않고, 쫄쫄이 슈트도 입지 않았지만, 생면부지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이야 말로 희망이 없어 보이는 세상을 지탱하는 슈퍼 히어로들입니다.

드넓은 초원이 사라지며 인간의 시력이 저하되었듯이, 경쟁사회에 돌입하며 사라져 가는 인간의 능력이 공감능력입니다. 전쟁을 일삼는 나라의 지도자가 가진 권력이나 고위직에 앉아 망언을 쏟아내는 관리의 정치력보다 평범한 사람의 공감능력이 우리를 살맛 나게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는 당신이 궤도를 이탈하려는 세상을 붙잡고 있는 슈퍼히어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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