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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터박스 Jul 08. 2021

이번 생은 8남매의 둘째입니다.

#7.언니같은 막내 (일곱째 이야기)

우리는 어떻게  맺어진 인연일까요? 


가끔 엄청 거대한 나무같은 존재가 있고 우리는 그 존재의 마디 마디였다가 떨어져 생을 다하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토요일 아침 서아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출산했어요. 엄마 전화를 안받넹 "

톡이 올라왔는데 어찌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예정일이 2주나 남았는데...




예정일이 2주나 남아있는데 라는 생각과 새벽에 가족들에게 진통을 알리지 않은  동생의 배려에 마음이 저릿저릿합니다.

출산을 막 치룬 와중에도

엄마가 아프신 듯 한데 언니가 엄마한테 물어봐달라는

당부입니다. 


우리 일곱째.. 너무 빨리 철이 든 우리 막내가 출산을 했습니다. 다행히 자연분만이라 진통에 비하면 뭐 지금은 날아다닐듯 하다고 합니다.


든든한 제부가 있고 예뻐해주시는 시부모님도 계시는데

새벽 내내 진통을 겪으며 출산을 했을 동생이 왜 홀로 있다 생각이 들었는지... 넷째와 막내가 통화하는데 넷째 눈이 빨갛고  웃고있는게 보입니다.  넷째를 다그치면서 저도 눈이 빨개지네요. 우리는 동고동락하면서 각개전투를 치루며 함께 해 온 동지애같은게 있는건지 기쁜 일 앞에서도 눈물이 납니다.(매 번 그러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은 그렇네요)


제가 고1 일곱째 막내가 11살 되던 해에 아버지 사업이 망했습니다. IMF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을테지만 우리는 더 혹독했던 같아요. 쫓겨나듯 마을을 떠나 외가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 일곱째는 어려서부터 애교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당연히 외할머니도 예뻐해주셨죠. 그래도 엄마의 빈자리가 늘 걱정이었습니다. 엄마 언니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우리 막내는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늘 다정다감하고 똑부러진 막내의 출산 후 근황 사진입니다.

11살이나 어린데 저는 늘 막내가 언니같아 고민도 잘 털어놓습니다. 저 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지고 굳은 살이 베겨있는지...언젠가 각자의 각개전투들을 모아서 기록해 둘 가족 사전을 만들고자 합니다. 가족 사전에

각자 연대기를 써보면 굉장한게 나올 듯 해요.


우리는 어떻게 맺어진 인연일까요?






# 조리원에 있을 너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


막내 수현에게

지금은 새벽 3시 30분 , 니가 움직일 시간이다.

깜깜한 실내에서는 가라앉은 나무 냄새가 난다

창문을 열어 재끼니 하루의 잔광이 확 들어온다.

씁씁한 내 마음과 달리 코 끝이 약간 달달해지는 건 우리 아랫집에 빵집이 있어서겠지. 너와 달달한 크림빵을 먹어보고 싶구나. 오늘 하루 고되었을거야 너

달달함이 그걸 이겨내게 해주었으면...

오늘 하루치만큼이라도 고단한 잔광이 사라지고 나무 냄새 가라앉듯 너도 고요해져 그래서 다시 꿀잠이길 바래본다.


오늘 다섯째 언니가 목포에서 돌아오자마자 농장에 다녀왔다. 언니는 정찰병 보내듯 다섯째 언니와 톡을 했고 낮에 엄마랑 통화했어. 니 부탁이기도 해서.


엄마랑 통화하고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터져 나오는 눈물을 결국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엄마가 살이 너무 빠졌어"

셋째의 말의 행간을 살피지 못한 나를 내내 탓했어.


엄마는 단호히 ,

일주일을 지켜본 후에 병원에 다녀오시겠다고 하셨어.


내 몸에 처해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다

그 아득함을 엄마는 이야기 하고 싶으신 거였나봐

앓기는 외롭다

아픈 몸에 처해 있는 엄마의 삶을 온전히 이해 못하는 건 나였어. 아프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수술이 두렵고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지금 현실에서 엄마의 부재가 가져올 파장을 그 막막함을 내가 이해하지 못했었나봐.

너랑 통화 직후 엄마는 병을 키우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실려구 그러시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거든.


이걸 어떻게 살아내야할까

그걸 혼자 삼키고 또 삼키고

그 막막한 절벽끝에 엄마 혼자 서 있을 듯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이 똥멍청이!!


아픈 엄마는 몸을 낫게 하는 것과 그로 인해 삶에 가져오는 모든 차원의 변화와 문제 예를 들어 엄마가 없어서 농장이 멈추는거, 이 심한한 농장 상황, 수술 비용, 시간 등등을 저울질하고 계신 듯해. 엄마 실손보험을 언니가 들어서 매달 보험료가 나가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이야기 밖에 항게 없었어. 매일 매일이 어려운 시험인듯 하다.


무엇조다 이 모든 걸 알게 되어 딸들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그게 제일 큰 걱정이셨나봐.

"엄마 걱정말고 니 할일들 잘해라. 엄마는 니가 신경쓰고 아플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어떻게 아픈지 증상을 묻고

몇달 내내 아무것도 못 드셔셔 혹시 영양실조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듣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도저히 음식이 들어가질 않으셨다고 해.


내일부터 매일 전화해서 뭐 드셨는지 약 잘 드셨는지 확인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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