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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Apr 06. 2023

차별화의 덫

Different

저자가 한국인 하버드 종신 교수라는 점, <Different>라는 친근한 제목, 이런 단순한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 차별화에 관한 책이겠지"라고 짐작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 분량의 1/3 정도 읽었을 때 저자의 쇠망치로 머리를 쿵!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경영서적을 읽으면서 느끼기 힘든 감정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저자는 거의 모든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중요하지만 평범한 두가지 활동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 활동들이 결국에는 경쟁 브랜드간의 과잉 경쟁. 카테고리 평준화를 촉발하고 시장을 급속하게 성숙 혹은 쇠퇴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무서운 주장을 위해 사용했던 사례나 근거들은 나의 얘기인 것처럼 친근했다. 그래서 그런지 논리의 전개는 이해하기 쉬었고 결론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매우 설득적인 주장이었다.



2가지 활동 중에 첫번째는 마케팅 조사 관련 내용이다. 여러 브랜드들을 관리하고 있는 소비재 회사에서는 자사 브랜드의 차별화 된 포지셔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2-3년에 한번 정도는 경쟁 브랜드 대비해서 본인들의 브랜드들이 어떤 강점/ 약점을 가지고 있는 시장조사를 하곤 한다. 자사 브랜드의 점수가 높은 속성과 낮은 속성을 경쟁 브랜드들과 같이 보여주면서 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속성은 향후 개선사항이라는 <Recommendation>을 리서치 연구원에게 받게 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현재 경쟁사 대비 못하고 있는 속성들을 보강하게 되면 차별화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볼보가 <안전> 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매력적인 디자인, 스타일 이런 속성의 점수를 높이라는 해법이다.


결국, 이런 정형화된 프로세스들이 개별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 거의 모든 회사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양산하는 비극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화장지, 빨래비누, 접착 테이프와 같은 브랜드간의 어떤 차이도 없고 그저 가격으로만 선택되는 카테고리 평준화를 만든 것이다. 나와 우리 팀들이 관리하는 브랜드의 성장을 멈추고 나아가 모두가 합심하여 시장을 축소,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니... 과장된 주장같지만 부정할 수가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조사 결과 발표가 끝나면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순서를 선택했다.



조사결과 요약: "세O필은 친근함과 가족같이 나를 챙겨주는 사람의 이미지는 높게 나타났지만 Professional 이나 Medical 이미지는 경쟁 브랜드인 피지오겔과 바이오더마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남. 개선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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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번째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차별화를 위해 혹은 매출 성장을 위해 시장내의 Segment를 더 세분화하고 SKU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제품 명에는 power, Ultra 등등 이런 단어를 붙이거나 Fragrance 별로 제품을 확장해서 출시하고 식품의 경우에는 컨셉 재료별로 맛별로 SKU추가, 경쟁사 제품 대응 등등으로 제품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그 사례에 해당된다. 하지만 2-3년 이런 방식의 제품 확장이 이뤄지면 손익이 나빠지고 제품들의 재고가 이슈가 된다. 유통업체들은 제품간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제품 숫자를 줄이자고 한다.


이것도 필자가 대답해야 된다면 "많이 진행했던 제품 운영 방식이었고, 팀장이나 리더가 된 이후 팀원들에게 많이 지시한 방법입니다. "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프리미엄 샴푸 시장이 엄청난 경쟁속에서 브랜드와 제품 갯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경쟁적으로 광고비를 많이 투자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샴푸 시장의 확대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틀안에서 서로를 카피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어떤 제품이 어느 브랜드 것인지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모든 브랜드에 손살모발용, 라벤더 향..)이후 급격한 가격할인과 프로모션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경험을 했다. 지금도 화장품 시장에서 특정 컨셉이나 소재로 신상품이 출시되어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면 여기저기 경쟁 브랜드에서 카피제품을 출시하고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오리지날 제품대비 가격을 인하한다. 결국 더 커질 수 있는 그 카테고리를 평준화시켜 잠식해버린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경쟁속에서 차별화라는 명분아래 마케팅을 할 경우, 위와 같은 유사성과 카테고리 평준화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개선 해야 하나? 이 두가지 활동들을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된다. 다음편에서 좀 더 상세한 저자의 조언을 들어보자.





우리는 전편에서 차별화라는 목표아래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진행해왔던 마케팅 활동들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 확인했다. 전편을 읽고 난 후, 아마 대다수의 똑똑하고 책임감 넘치는 마케터들은 이런 질문들로 본인들의 문제 의식을 표현할 것이다.


" 그러면 차별화말고 어떤 접근방법으로 마케팅 활동이나 브랜딩을 해야하는 걸까요?" '실제로 차별화, 경쟁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 브랜드들이 있나? 성공했나요?


이러한 질문을 예상하고 <Different>는 책의 중간인 2부 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경쟁을 탈피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는지 세그룹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브랜드들을 아이디어 브랜드라 칭한다)


아이디어 브랜드들의 3가지 유형


첫번째 <역브랜드(Reverse-positioned brand)> 구글, 제트블루, 이케아, 그리고 인앤아웃 버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현재 카테고리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속성들을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야후는 지금의 네이버처럼 첫 화면에 최대한 많은 정보와 장치들을 보여주었다. 구글은 이를 모두 제거하고 검색창 하나만 남겼다. 이케아는 가구가 계속 진화해서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불편함을 구매하도록 했다. 제트블루는 일반 항공서비스의 복잡성을 단순화했고 인앤아웃버거는 다양한 메뉴라는 패스트 푸드의 특징과 반대로 단일 메뉴로 승부를 걸었다. 이들은 기존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없애고 예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 것이다.



두번째 <일탈 브랜드(Breakaway brand)> 킴벌리 하기스 기저귀,HBO, 태양의 서커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팬티형 기저귀를 만든 킴벌리는 자신들의 제품이 기저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HBO도 "우리는 TV가 아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그들이 결국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존 카테고리 내부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외부에 존재한다. 이들은 카테고리를 한정하는 경계를 무너뜨려서 성공했다. 이 경계를 무너뜨리니 시도 자체가 차별화로 인식되었다.



마지막 적대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불친철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 상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애플, 할리데이비슨, 도브는 개별 브랜드이지만 일탈과 역 브랜드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혁신의 세가지 실천 방법


아이디어 브랜드들처럼 혁신적인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을 3가지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기존 가치를 제거하고 분열시키고 변형시키는 3가지 방법의 혁신을 근거로 아이디어를 적용해보자.


그 세가지 방법 (제거, 분열, 변형)

저자는 마지막에 책에 수록된 아이디어 브랜드 사례들이나 혁신의 3가지 형태는 100% 개인적인 관찰과 이해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전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 차별화와 같은 주요활동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더 다양한 차별화를 위한 접근 방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이이디어 브랜드들의 성공사례를 부록으로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항상 문제의식이나 비판만 제기하는 책들이나 근거없는 개인적 주장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많은 경영서적 대비 이 책의 신뢰를 더 높이는 저자의 성실함과 겸손한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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