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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쟝 몽 Feb 21. 2019

당신의 캘리그라피 롤모델

(2) 캘리에 몰두하게 된 이야기 / 저는 이거 괜찮은 것 같아요

Role model:                 

[명사]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나 임무 따위의 본보기가 되는 대상이나 모범.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롤모델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 캘리그라피에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는 캘리그라피에서 교본처럼 작용할 롤모델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한 손글씨가 아닌* 캘리그라피에서의 롤모델은 한글의 서예부터 영문의 고딕, 이탤릭, 카퍼플레이트 등 수많은 곳에서 필요하다. 서체뿐만이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작가의 고유한 변형서체와 작품 또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엔 공병각 작가의 '공병각체'가 있고, 국외엔 디자이너 루돌프 코흐(Rudolf Koch)의 '노이란트(NEULAND)'와 캘리그라퍼 존 스티븐스(John Stevens)의 작품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Hwangraphy' 작가의 작품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필자는 손글씨(Hand Writing)와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구분하는 주의이다. 추후 자세하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분명 손글씨 영역에도 롤모델은 필요하나, 세분화된 정도의 차이가 크다


(1)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루돌프 코흐의 이니셜 디자인 중 하나이다. 제일 잘 알려진 노이란트와 달리 이미지 한 장 외엔 특별한 설명을 찾을 수 없어, 글씨를 임서하는 의미가 크다
(1) 사진 출처: http://luc.devroye.org/fonts-60050.html / Myfont: Rudolf Koch



나의 첫 번째 롤모델


저번 이야기 '글씨가 좋았어요.'에서 잠깐 나온 얘기다.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날 무렵, 캘리그라피를 한다는 학교 후배 H를 만나게 되었다. 보다 오랜 시간 캘리그라피를 해왔었고, 주로 쓰는 서체의 범위도 상당히 넓었다. 한눈에 롤모델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끌렸던 것은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머릿속에 다양한 서체를 익혀둔 점이다. 어떤 서체와 모양이 예쁘고 눈길을 이끄는지 알고 있었고, 서체 원리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다. 당시 제대로 된 개념 이해가 없었고, 명확한 방향성이 없었기에 이런 롤모델의 존재는 절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을 더 모으게 되었고, 약 5개월 만에 교내 소모임을 만들었다. 선배라는 감투 속에 회장을 맡았고, H는 효과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운영적인 면에서 고문관 역할을 맡았다(당시 소모임은 수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질적으로 수업은 내가 하게 되었는데, 두리뭉실한 개념과 용어들에 대해 H가 확실한 서포트를 해주었다.


서체를 익히는 것만큼 도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도구 스펙트럼을 넓힌 계기도 되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웬만한 종류들의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엔 모나미 붓펜을 제외하면 딱히 갖고 있다 할 펜이 없었다. H를 통해 딥펜(Dip Pen)이나 페럴렐 펜(Parallel Pen, PILOT사), 마카(Marker) 그리고 다양한 붓펜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시야를 확장했다. 최근 영문에 집중하고 있어 잘 안 쓰지만, 그 당시엔 제노 붓펜(小)을 애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페럴렐 펜과 마카도 신세계였는데, 단순히 구매하여 사용해보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확히 도구를 운용하는 방법과 간단하더라도 확실한 팁까지 익히는 건 차원이 달랐다. 덕분에 이전 1년과 비교했을 때, 익히고 나아가는 속도는 훨씬 빠르게 되었다.


H는 나에게 단순히 선생님으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았다. 쓰고자 하는 서체의 기준이 되었고, 글씨에 대한 태도까지 표본이 되었다. '멘토'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함께 활동했던 것은 1년 정도인데(다음 해부터는 국가의 부름으로 인해 흩어지게 되었다), 3번의 행사에 같이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아 나갔다. 그중 두 개의 행사를 말하자면, 첫 번째로는 교내 축제 행사에서 글씨를 엽서에 써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소모임 인원 4명이 4일 동안 400~500개에 해당하는 캘리그라피를 쓰게 되었다. 행사부스 안에서 H와 같이 쓰면서 많은 부분들을 캐치하게 되었고, 충분히 익혀 나갔다. 차츰 따라갈 무렵 나 스스로 H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느낀 적이 있는데, 바로 두 번째 행사 때이다. 소모임 회원의 도움으로 강원도 원주지역의 대학연합축제에 캘리그라피 분야로 참여를 하게 되었고, 나와 H 두 명이 대표해서 진행하였다. 판매를 위해선 부스에서 팔게 될 책갈피와 엽서의 가격표, 구매 방법을 게시했어야 했다. 액자에 넣기 위해 사이즈에 맞춰 깔끔한 글씨체로 적어 만들었고, 이를 보여주며 H에게 어떤가 하고 물었다.


"저는 이거 괜찮은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글씨체예요."


H가 나에게 한 답변이다. 듣는 순간 묘한 감정이 가슴속으로 흘렀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다른 일반 사람에게 글씨를 써주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듣는 '글씨 너무 잘 쓰세요'와는 거리가 너무나 먼 말이었다. 심지어 H의 취향까지 맞춰버렸다. 2년이 넘은 이야기에, 어쩌면 지나치고 잊어버릴 짤막한 말이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그때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게 만든다. 나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직도 여전한 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위치로 향하게 되는 원동력. 나에게는 첫 번째가 '인정받기'였고, 그 알맞은 인정은 롤모델에게서 나온다.


캘리그라피 롤모델 찾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캘리그라피를 해볼까 마음먹었을 때 SNS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몇몇 작품들을 보았을 것이다. 취미로썬 좋은 스타트이다. 글씨를 쓰고, 본인이 쓴 것을 보며 다시 쓰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흔히 말하는 '힐링'이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이 목적인 캘리그라피는 롤모델보단 정말로 '힐링'되는 정도에 요점이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작품을 해내는 교육생이나 작가에겐 이와 다르게 롤모델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짚고 가자면, 롤모델이란 단어에 사람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단순히 인스타그램에서 '#캘리그라피'를 통해 나오는 멋진 작품 사진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작품을 만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감상하면서 작가의 스타일이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작품, 작가, 한 가지 더해서 행위까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다. 존경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가 속해있는 그룹, 작품 스펙트럼 등의 활동 영역까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롤모델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따라쓰게 될 것이다. 여기서 글씨를 따라 쓰는 것을 '임서(臨書)'라고 한다.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는 과정에 속하기도 하면서, 더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연습에 머물러야 한다. 캘리그라피 또한 예술, 창작에 속하기에 작가의 저작은 지켜줘야 한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말이다. 또한 요즘은 오프라인 수업이나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많은 작가진들이 개시하고 있는데, 수업을 듣는 것만큼 좋은 추진력은 드물기 때문에 추천하는 바이다. 수업에서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꾸준히 임서를 하고 글씨체를 개발한다면, 분명 발전된 본인의 글씨를 볼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둘러보면 좋은 글씨들이 너무 많다. 핸드폰 SNS 어플에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매번 쏟아져 나온다. 사실상 롤모델이 너무 많고, 찾기 쉬운 게 요즘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롤모델을 찾는 시야와 분별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는 글씨와 작품으로서 감상되는 작품은 차이가 있음을 느끼고, 캘리그라피라는 학문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야 두 번째 글을 올립니다. 벌써 2월도 일주일 정도 남았네요. 캘리그라피에 대해 듣고 싶은, 혹은 궁금한 카테고리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Keep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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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몽 씀.

E-Mail: jjangss1@naver.com

SNS: instagram.com/ jyang_mong.ca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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