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하는 중입니다.

by 지안


2년 전 지금 회사에 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의무교육을 들을 일이 생겼다.

의무 교육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교육은 보험 홍보로 끝난다. 이전 회사에선 저축성 보험 홍보를, 지금 회사로 오는 강사분은 상조 보험 홍보를 하셨다. 이전 회사에서야 금액도 크고 좋은 것도 잘 모르겠고 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상조 보험은 이미 동생도 두 개 들고 있었고, 가정 상황상 부모가 3인에, 외할머니도 연세가 있으셔서 나도 들어두면 좋을 것 같아 가입했다. 요즘 상조 회사에서 크루즈 여행이니 결혼 지원이니 해도 딱히 나와 크게 관련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내 죽음이 나 스스로에게 와닿기란 쉽지 않아 그저 부모님, 또는 할머니의 미래에 있을 일에 대한 대비책 정도였다.


얼마 전 또다시 법정의무교육을 들을 일이 생겼다. 전 직원이 아닌 최소 인원만 채우면 된다고 해서 작년엔 옆자리 언니가 참석했고 올해는 내 차례였다. 어김없이 마지막에 보험 홍보로 끝이 났고, 보험 설명을 듣는 내내 애매하고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설 연휴가 막 시작되었을 때, 회사 단톡에 부고 메세지가 날아왔다. 작년 말 퇴사한 직원의 부고 소식이었다. 나이는 나와 3살쯤 차이 났던 분인데, 부고 소식을 들으니 슬픔과 더불어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의 빈소는 작고 조용했다. 동생이 상주였고, 아버지가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회사 언니와 인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관리사분의 옷이 눈에 보였다.


OO상조


이미 한차례 눈물 바람 한 후, 겨우 참고 있던 울음이 다시 터졌다. 내가 2년 전 상조에 가입했을 때 유일하게 나와 함께 보험에 가입했던 분이 그분이었다. 자신이 가입한 상조를 자신이 쓰게 될 것을 그분은 알고 있었을까? 상조, 장례라는 게 당장 나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순서 없는 운명에 속이 쓰렸다.


고민 끝에 상조에 가입했다. 늘 반농담으로 늦둥이들에게 '큰 누나 죽으면 아들들이 누나 챙겨줘야 한다.' 했지만 내가 부모도 아니고. 내가 언젠가 죽고 누군가 장례를 치러줄 때 짐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보험 설계사도 아니고, 상조 보험 가입하세요~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결혼 생각이 없는 1인 가구의 미래 대비책 중 하나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며 근로의 능력을 상실하고, 건사하지 못하게 될 순간을 하나하나 대비해 가는 중이다. 이제야 새삼 아, 나이 먹고 있나 봐.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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