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꽃밭이 아니라

by 지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게 내 발목에 족쇄가 될지 모르고 그런 말을 했다.


지난 일 년이 나에게 그런 시기였던 건지, 아니면 과거의 내가 그런 시기였던 건지.

사람이 말을 조심히 해야 한다고, 그 뒤로 나는 마른 잡초 위를 걷는 듯한 나날을 보냈다.


사람이 우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지치고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반쯤 업보)

어떨 땐 힘든가?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그냥 눈을 감았다 뜨니 해가 바뀌어 있었다.


12월 31일과 1월 1일까지만 해도 새해가 기대되고, 뭔가 올해는 더 재밌을 것 같은 기분에 다시 들떴었는데, 내가 지난 몇 년간 그렸던 일정들을 아주 급하게 수정하면서 한 번씩 불안과 조급함과. 뭔갈 계속 머릿속으로 그려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겁게 밀려오곤 한다.


나는 뭘 위해 그렇게까지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오는 막연함이 싫어서 이따금 정적이 올 때 쉴 새 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멈춘 순간에 다시 동력을 넣는다.


저런 과정들이 또 나를 움직이게 하고, 삶을 메꾸고. 때로는 쉬어야 함도 알지만, 완전히 멈춰버리면 목적지까지 다시 걸음을 떼기 어려운 걸 아니까. 페이스 조절하며 터덜터덜 걷는다.


내가 남기는 글들에 과한 진지함이 묻는 게 싫어서 그런 기분이 아닌 척 넘겨보고, 텐션이 높은 척 글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 그 글들을 생각해 보면 너무도 감정 조절이나 표현이 허접하기 그지없어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내 글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보려고 한다.


올해 세운 버킷 리스트 중 이미 한 가지를 이뤘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들이 1일에 멈춰서 아직 오늘까지 오지 못했다. 올해도 여전히 바쁠 예정이긴 하지만 올해는 조금 더 멀리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지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일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 머릿속이 꽃밭이 아니더라도 시들지 않은 풀밭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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