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을 잡아주시나요?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by 지안


2025년, 나에게 주어졌던 역할 중 가장 큰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학과 부대표가 아닐까?


사실 부대표라는 자리 자체는 얼결에 하게 된 거라, 해야 하는 거 열심히는 하겠지만 마음이 편한 상태는 아니었다. 임원 타이틀을 달고 한 2달 정도는 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많이 힘들고 고단한 상태였어서, 마음 같아선 안 하고 싶기도 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안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근데 도망을 갈 수 없어서 그냥 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임기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오늘로 사실상 큰 행사는 모두 마친 것이라 집에 오는 길에 생각이 좀 많아졌다.


지난 일 년 내내 행사를 마치고 나면 친분과 상관없이 다들 고생했다고 손도 잡아주고 포옹도 하고 송구스러울 정도로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난 그렇게까지 잘한 것 같진 않은데, 진짜 다들 되게 착하시고 좋은 분들이시구나 생각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지만.


나는 정말 그냥 다 같이 모여서 재밌게 노는 게 좋았던 건데 참여율도 높아지고 모임 분위기 자체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유해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모임마다 여운이 남을 정도로 즐거웠다.


학우님들 중에 만날 때마다 선물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기프티콘을 선물로 주시거나, 따로 연락 주셔서 좋은 말씀 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럴 때면 아,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건가? 싶고. 과에 친구가 없어서 여러 이유로 주변에 같이 학과 일 할 사람 없냐고 질문받았을 때 저 진짜 그나마도 아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어요. 조급한 것도 난데, 진짜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연락조차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결과적으론 그 한 명과 학과 일을 하게 됐다.)


교수님 기피증이 있었던 내가 모임 때마다 교수님들과 편하게 대화도 하고, 같이 만나서 밥 먹자고 해주는 사람도 생기고, 매일 같이 연락하는 친구도 생기고, 돌아보면 난 학과 일을 하면서 내 노력에 비해 과히 많은 것을 얻었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익숙한 얼굴들이 생겨 웃으며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실제로 처음 뵙는 분들도 나를 알아보시고 먼저 와서 말 걸어주시고 인사해 주시는 것도 좋았다.


소심한 관종이라 모임에 나가서 테이블에 알 박기로 앉고 나면 그 안에서만 꺄르르거리던 내가 몇십 명 앞에서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대왕 관종이 되었다.


오늘도 정말 많은 분과 악수와 포옹을 하고, 일 년간 고생했다고 많이 말씀해 주셨는데, 그간 힘들었던 기억은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듯 좋았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다들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일하는 것들을 보고 계셨구나. 사실 난 앞에서 목소리 크게 낼 줄이나 알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인데. 아 너무 부끄럽고 고맙고 고맙다. 아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아 뭔가 더 좋은 게 있었을 텐데. 아.


솔직히 말하자면 돌아가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열심히 할 자신은 없다. 지난 한 해가 회사며 N잡까지 정말 바쁘고 체력이 완충되지 않은 채 삐걱대며 살았으니까. 그래도, 아 모임을 한 번쯤 더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벤트를 한 번 더 할 걸 그랬나. 조금 많이 아쉽다.


다음 분들이 훨씬 더 잘하실 걸 알아서 걱정은 안 되지만 내가 얻어가는 것에 비해 많이 부족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뻐라 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속된 말로 내가 너무 나대는 것은 아닐까 한 번씩 눈치 보며 살았던 순간들을 다 버리고 뻔뻔해도 괜찮다 품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아, 정말 많이 감사했습니다.

정말 따뜻한 시간들이었어요.


차마 발표하듯 구구절절 학과 톡에 남길 수는 없겠지만, 어디에라도 기록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오자마자 글을 써본다.


아, 진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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