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배 Apr 07. 2018

아파트 2층의 매력

전원주택보다 나은 아파트 2층의 매력

4월 3일이다. 이미 개나리는 노랑색으로 물들었고 벗꽃은 만개했다. 세종의 내 아파트 앞 정원에는 벗나무가 있는데 오늘 활짝 피었다. 나는 저층 아파트를 좋아한다. 그 중에 아파트 2층을 매우 좋아한다. 아파트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수평으로 바라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단독 주택의 2층처럼 말이다. 특별한 점은 아파트 정원은 내 손이 필요없이 자동으로 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니 눈도 편하다. 


거실의 큰 창 앞에 만개한 벗꽃이 활짝 웃으니, 혹시나 곧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괜한 걱정이다. 꽃이 떨어지면 가지는 무성한 푸른 잎으로  다시 내 거실 앞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만개한 벗꽃을 보고 있으니 걱정이 하나 더 생긴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주말이 되려면 3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화창하니 3일이 지나기 전에는 봄비와 봄바람 소식이 으레히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만개한 벗꽃이 봄비와 봄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버리면 어쩌나? 벗꽃 축제를 준비하는 상인들이 울상이 될까? 걱정이다. 아닌가? 여기는 평지이고 동학사 벗꽃은 산속이니 아마도 3일 정도 늦는다면 다행이다. 괜한 걱정이다. 좋은 음악에 커피 한잔으로 나는 거실에서 벗꽃을 구경하면 그만이 아닌가. 이것도 단조로우면 오늘 밖으로 나가 아파트 정원을 거니면 된다. 


전에 아파트 고층에 살아 보았다. 눈이 시원하고 거실이 환하고 밝았다. 내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감탄했다. 그때 내 아파트는 단지의 맨 앞 동이었다. 거실 앞은 텅 비었고 저 멀리 푸른 산이 보였다. 위로 보면 푸른 창공이다. 한마디로 쿨. 그런데 3층에 살아보니 다른 맛이 있었다. 쉽게 들어가고 나갈 수 있었으며, 고층에서 원경만 보였든과 다르게 근경을 보니 눈이 매우 다채로웠다. 나무도 보이고 꽃도 보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다. 더 환상적이었다. 나무와 꽃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이었다. 그들과 바로 옆에서 속삭인다. 바로 옆에서 그들의 빛깔을 보고 그들의 표정을 본다. 그리고 철따라 시간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의 색과 몸매와 표정을 본다. 또한 모든 것들이 저절로 관리되질 않는가. 이는 정말 공동사회가 나에게 주는 공짜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아파트 2층을 좋아하게 되었다. 앞이 확 틔인 남향이면 더욱 좋다. 앞이 낮은 산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전원주택이 전혀 부럽지 않다. 


아파트 2층을 매우 좋아하는 이유는 더 있다. 한 층의 계단으로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엘리베이트를 타기 위하여 엘리베이트 홀 앞에 서 있는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 뿐인가. 사람은 땅에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은 자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 혹 비상 사태일 경우 나는 쉽게 탈출할 수 있다. 그냥 툭하면 나갈 수가 있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아파트 1층에 살면 더 좋다고 하겠지. 그렇지 않다. 1층 밑에는 지하실이니 찬 기운이 나온다. 내 스스로 바닥을 데워야 하니 매우 불편하다. 1층이라는 것은 단독주택이면 큰 장점이 되지만, 공동 사회에서 1층이라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오히러 큰 단점이 된다. 결국 아파트는 2층이 가장 좋다. 어렵게 말하면 건축 계획학 측면에서, 환경 건강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안전 심리적인 측면에서 최상이 되는 것이다. 한번 이사해 봄직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이 가고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