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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Jul 30. 2024

그들이 내게 남긴 것들

토닥토닥 아빠

내게는

내가 사지 않은 물건들이

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다 얻은 것들


까실까실 차렵이불

무거운 걸 싫어했던 시아버지가

이불 2개를 겹쳐 덮던 것

남편과 나, 한 채씩


블랙 앤 그레이 등산모자

사방에 달린 챙의 기럭지가

어쩜 그리도 내게 딱 맞는지

유난히 따가운 2024년 햇빛

선블록 없어도 안심

아빠, 땡큐~


어둑해지는 책 읽는 눈

시아버지가 남긴 돋보기를 걸치고


책 읽다 잠 오면 손 뻗어

야트막하고 매끈한 베개를 집어

무거운 머리를 받친다.


내가 하지 못한

아빠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낸

그걸 면 아주 잠시

꿈 없는 잠에 빠진다.


그리고 또

우산, 목도리, 로션, 가방, 지갑...

사놓곤 아끼다 써보지 못한

라벨도 떼내지 않은

양말, 바지, 그리고 또...


망인의 유품을 꺼려

모조리 태워 없애는 자도

있다지만.


우산 없이 걷게 될 나를 걱정해

내리는 비를 멈추게도 

이제는 별이 된

나의 수호천사


그들의 물건은

창과 방패가 되어

고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겠지.


두려워 마라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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