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생문」
어느 날 저물녘의 일이다. 하인 하나가 나생문 아래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생문」
대학교1학년 철학교양수업에서 라쇼몽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너무 지루해서 그냥 잤었고 중간고사에도 나왔었는데 뭐라고 적었는 지도 기억이 안 난다.
시간이 흘러 여러 작품뿐만 아니라 뉴스나 다른 이슈에서도 나생문을 오마쥬 하거나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종종 보이길래 한번 읽어보았다. + 나생문(라쇼몽)이라는 제목자체도 간지 그 자체..
영화에서는 여러 에피소드를 막 넣어서 긴 소설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짧은 단편소설이었고, 「변신」 이후로 읽은 책중 가장 시니컬한 작품이어서 굉장히 맘에 들었다.
내용은 즉슨 황폐화된 현실에서의 인간은 살기 위해 서로 죽이고 뺏기고 빼앗는 추악한 짓도 서슴지 않게 된다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내용이다.
비는 나생문을 에워싸며 저 멀리서 쏴아 하는 소리를 몰아온다.
땅거미는 서서히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올려다보니 나생문 지붕에 비스듬히 삐져나온 기와 끝으로 어두운 구름을 묵직하게 받치고 있다.
솔직히 읽으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노파는 살기 위해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뜯어 가발로 만들려 했다. 현실이다. 어차피 다들 없는 살림에 어떻게든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하인은 노파의 옷마저 벗긴다. 지극히 현실이다. 처참한 현실에서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너무 편리해서 뭐든지 편하고 따뜻하고 마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는 분위기인데 나는 가끔은 이런 거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로소 현실을 거칠게 살아가지 않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