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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Dec 30. 2020

[드라마] <브리저튼>(2020)과 영국 낭만주의풍경화


오늘은 얼마 전, 12월 25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2020)에 나온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줄리아 퀸(Julia Quinn)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역사 로맨스 소설가가 쓴 책 <공작의 여인(The Duke and I)>을 기반으로 각색하여 만들어졌어요. 1800년대 초, 영국의 조지 3세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브리저튼이라는 자작 가문의 8남매가 자신의 사랑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예요. 시즌 1은 그 중에서도 넷째 딸인 다프네(Daphne, 피비 디네버)와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Simon, 르제-장 파주)의 러브 스토리가 주를 이룹니다. 19세기 영국의 상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인종 캐스팅의 대세에 따라 흑인과 아시아인도 등장해요. 거기다 무도회 음악도 아리아나 그란데, 마룬 파이브, 빌리 아일리시 등 동시대 가수의 팝 음악을 편곡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한답니다. 화려한 색채의 드레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요.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 1의 3번째 에피소드는 <졸도의 기술(Art of the Swoon)>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어요. 러시아의 프리드리히 왕자가 런던에 왔고, 서머싯 하우스에서 새 전시동이 개관하는데, 왕족을 비롯해 상류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여러 작품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사이먼과 다프네는 돌아가신 사이먼의 어머니가 기증하신 풍경화 작품 앞에서 긴 대화를 나눠요. 19세기 이전까지 미술사에서 풍경화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어요. 주로 역사화, 종교화, 인물화가 중요하게 그려져 온 거죠. 그러나 이 시기 이전에는 인물의 배경 정도로 여겨졌던 자연 풍경이 중심 주제가 되는 ‘풍경화’가 급부상하게 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도시의 풍경이 변화하게 되었고, 대도시 이외 지역은 목가적인 생활이 지속되고 있었어요. 도시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사람들은 전형적인 자연의 풍경을 그리워 하게 되었구요. 또한 시민혁명을 통해 부르주아들이 새로운 예술 소비 계층으로 떠올랐으며, 이들의 새로운 취향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윌리엄 터너 <눈보라>1842, <영국 국회의사당 화재>1835


풍경화는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며, 그 안에서 관객 스스로가 아름다움을 찾아내도록 합니다. 서유럽 중에서도 영국의 경우는 풍경화가 더 일찍 주목 받았으며, 또한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는 과정도 더 수월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18세기 영국에서는 무관심성과 숭고의 개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어요. 무관심성(disinterestedness)이란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 없는 대상을 바라볼 때 순수한 미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개념을 말하고, 숭고(sublime)란 인간을 압도하는 크기나 힘을 갖는 경우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장엄함으로 부터 느껴지는 혼란 혹은 황홀경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상적 변화를 통해 풍경화의 미학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풍경화를 그린 영국의 대표 화가로는 윌리엄 터너(J. M. W. Turner, 1775~1851)와 컨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존 컨스터블 <건초마차> 1821, <하얀 말> 1819


터너가 비교적 도시의 풍경을 다룬다면, 컨스터블은 도시 외곽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터너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 역동적인 장면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는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서,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그렸어요. 컨스터블은 여행을 다니며 풍경을 수집하고, 또한 자신의 고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가 그린 전원의 풍경은 정적이며, 예전에는 작품이 중심에 놓여져 있던 인물을 반대로 전원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도시의 부르주아들의 노스탤지아를 자극하는 컨스터블의 전원 풍경은 도시에서의 삶과는 달리, 편안한 쉼을 제공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극중에서 이 작품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사이먼에게 다프네는 이렇게 말하죠. "이 작품은 참 아름다워요. 시골에서 맞는 아침이 생각나죠. 눈을 뜨자마자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누구와 말 한마디 섞기 전에 창문 밖을 내다보면, 고요해요. 세상에 남은 사람은 저 혼자인 기분인데, 신기하게 외롭지 않죠. 위안을 받고 마음이 편해져요. 다른 그림들은 웅장하고 인상적이지만 이 작품은 친근해요." 드라마 <브리저튼>에서 풍경화를 기부한 헤이스팅스 공작의 어머니 역시, 풍경화 작품을 보면서 상류사회의 삶을 살면서 지친 마음을 달랬던 것 같아요. 영국의 풍경화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 드라마를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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