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rgundy Feb 06. 2021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홀로코스트


오늘은 2008년 개봉한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yjamas)>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다룬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1994), <인생은 아름다워>(1999), <피아니스트>(2003) 등 많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특히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아들의 시점에서 홀로코스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또한 남자주인공 소년은 에이사 버터필드(Asa Butterfield)로, <휴고>(2011),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2019)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지요! 이 영화에서는 그의 아역 시절을 볼 수 있답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요. 브루노(에이사 버터필드)는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베를린에서 폴란드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브루노의 아버지는 나치 최고 엘리트 장교로, 아우슈비츠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전근을 가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브루노는 유대인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는 순수한 어린 소년이예요. 아무도 설명해주지도 않죠. 그의 눈에는 철조망 너머의 사람들은 낮에도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철조망 너머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슈무엘(잭 스캔론)과 우정을 쌓게 되는데요. 음식도 가져다 주고, 체스 놀이도 합니다. 어느 날 브루노는 돌아오지 않은 슈무엘의 아버지를 함께 찾아주기 위해 철조망 밑으로 구멍을 파서 들어갑니다. 같은 옷을 입으니까 누가 유대인인지 아닌지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하필 그날은 학살이 이루어지는 날.. 그렇게 들어간 곳에서 브루노와 슈무엘은 죽음을 맞게 됩니다. 폭력이 타자를 향할 때에 우리는 방관하게 되기 쉽지만, 그 폭력이 나와 나의 가족을 향하면 가혹함은 생생하게 다가 옵니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미술 작가의 작품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1963~)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1944~)의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첼 화이트리드 <홀로코스트 기념물> 2000


영국 출신의 작가 레이첼 화이트리드는 주변의 사물이나 공간을 석고, 합성수지 등을 이용해 떠내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네거티브 공간’을 물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의 유대인 광장(Judenplatz)에 세운 <홀로코스트 기념물(Holocaust Memorial)>(2000)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품은 이름없는 도서관(Nameless Library)로 불리기도 합니다. 6만 5천 명의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한 작품을 의뢰받고 난 후, 어떤 작품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나는 글이 아닌 이미지와 형태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가 만든 기념비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는 관습적인 형태의 기념비의 외형을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갸우뚱하게 만드는데요. 화이트리드는 도서관 내부에 책이 꽂힌 선반을 석고로 떠낸 다음, 바깥을 향하게 하여 접합했습니다. 말 그대로 안과 밖이 뒤집힌 도서관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책의 제목이나, 내용은 그 누구도 식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대인은 ‘책의 민족(people of book)’이라 불리기 때문에 책을 상징적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책들 한권 한권은 수많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10x7미터에 높이는 3.8미터나 되는 거대한 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이예요. 도서관은 인류의 역사와 경험이 축적된, 책을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화이트리드가 보여준 도서관은 입구도 출구도 없으며, 그 어떤 책도 꺼내 열어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곳이었죠. 이 구조물은 아름답거나 시각적으로 매력을 끌기는 커녕 마치 벙커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의 잔혹함과 비극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름답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고 있어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샤즈 고등학교 제단화> 1988 


프랑스 출신의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유대인의 사진을 직접 이용한 설치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초상 사진, 옷, 상자, 오브제 등을 수집하는 아카이브적 방식을 활용해 역사를 변형, 재구성합니다. 유대인 학생들의 단체 사진에서 개인의 얼굴을 분리한 뒤 확대하고 흐리게 만들어서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특수성을 지움으로서 사진의 기록적 성격 역시 약화시켰습니다. <샤즈고등학교 제단화(Altar to Chases High School)>(1988)에서는 익명화된 사진에 값싼 사무실용 전등을 달아 초월적이고 신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종교 제단화를 연상시킵니다. 볼탕스키는 대량학살을 통한 죽음을 기억하고 또 애도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홀로코스트를 초래했던 인유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차별받고 소외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을 생각하면, 홀로코스트를 비단 과거의 사건으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에 등장한 미술 작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